강산아, 누나 자타가 공인하는 수학바보잖니.
2차 고사 시험지를 점역, 그러니까 점자로 출력해야 하는데, 그 업무를 이제껏 동료가 했던 거야.
그 재주꾼이 입원하는 바람에 이 수학바보에게 그 태산 같은 업무가 밀려오지 않았겠어?
“부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나를 ‘부장님’이라고 부르지 말란 말이다.
도대체 거절할 수가 없잖아.
못한다고 말하기는 솔직히 창피하고.
일보다리를 한 바가지 싸서 퇴근을 한 거야.
다행히 누나에게는 훌륭한 친구가 많잖아.
그녀들에게 불나게 전화를 걸어가며 1점 2점 손수 작업을 했지.
수학도 점자 기호가 다 따로 있거든.
시간 어마무시하게 걸리더라.
중얼중얼 수식을 읊어가며 작업하는 나를 보고 유주가 말했어.
“헉, 엄마 지금 뭐 해? 공부하는 거야? 웬 수학? 어디 아픈 거 아니지?”
“인마, 어머니 지금 일하시잖아. 밥 먹고 살기 힘들다.”
강산이, 로그가 어쩌고, 켤레복소수가 어쩌고 들어는 봤어?
누나가 국어나 영어를 가르치라 하면 기쁘고 무모하게 덤벼 보겠으나….
최선으로 작업해서 수학 담당교사에게 점자 파일 넘겼다.
나 요 며칠 지나치게 열심인 거 아니니?
어제는 퇴근 후에 친정 엄마 안마 한 판 해드리고, 유주 때까지 밀어줬다는.
이 녀석, ‘지우개’인 줄.
강산아, 하나님이 누나에게 수학 머리는 1도 안 주신 것 같은데,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문제없겠지?
나 좋아하는 책 보고 글 쓰기도 시간 빠듯한데, 수학은 아니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