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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Jul 05. 2024

아버님이 생각나

아버님이 생각나     

강산아, 누나 시아버님께 인사드렸어?

작년 겨울에 하늘나라 가셨는데….

아마 강산이도 누나 결혼식장에서 뵙긴 했을 텐데 얼굴 기억하려나 모르겠다.

내가 아버님 인상착의를 설명할 길이 없네.

선명한 그 목소리는 아직 내 귀에 남아 있지만….

우리 아버님, 그야말로 핸섬가이셨다.

아, 이희준 나오는 그 시끄러운 영화 제목 아니고, 진짜 사나이.

누나가 형을 따라 안동에 처음 갔을 때는 시부모님을 뵙지 못했었어.

두 번째 갔을 때 형의 누나, 그러니까 현 시누이 집 문턱을 넘었던 것 같아.

시댁 식구들 마음이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거잖아.

나도 내 장애가 끔찍한데, 오죽하셨겠어.

누나 결혼 전에 교도관이신 유주 큰아버지, 답답한 마음에 재소자들 교화시키는 목사님께 가서 하소연을 하셨더라는 얘기가 가끔 생각나.

그게 참 묘한 것이 장애인과의 통합, 좋은 관계 무척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남자분 진짜 대단하다고 감탄하지만 그건 다 내 가족이 아닐 때 가능한 칭송이거든.

폐백 할 때 꾀꼬리 같은 우리 형님 목소리만 들렸어.

형님만 덕담을 해주셨으니까.

다들 울고 울고 또 우느라….

사실 시부모님 결혼식장에 와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 상황이었지.

그 전날까지 우리 아버님 피눈물 쏟는 그 울음소리 나는 똑똑히 들었거든..

가까운 제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어.

막내며느리가 되어 시댁에 간 첫날.

우리 아버님께서 형에게 하신 말씀이 뭐였냐면.

“밀도 화장실 알려줘라.”

그래서 누나는 누군가 내 화장실을 챙겨 주면 그렇게 아버님 생각이 나.

응, 어제 누나 수필반 갈 때 말이야.

모범생 문우님께서 처음으로 차를 태워주셨거든.

앞으로도 같이 다니자는 은혜로운 말씀과 함께.

출석하는 길부터 식사며 이동 면면을 살펴주신 문우님께서 밤늦게 톡을 주신 거야.

“샘도 화장실 가시고 싶지 않으셨을까 뒤늦게 생각이 들었어요. 건강한 여름 보내시고 9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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