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프랑스 마을’로 소개되는 달랏에 갔어.
베트남이 오랜 세월 프랑스 지배를 받았더라고.
나트랑에서는 편도 세 시간을 달려야 닿는 곳.
지대가 높아 우리나라 강원도 같은 느낌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었어.
시내를 벗어나니 키 작은 벼와 작물들이 널따랗게 펼쳐진 시골 풍경이더라고.
드문드문 가옥에는 빨래가 널려 있고, 어린아이들이 제법 눈에 띄었어.
잠시 들른 휴게소에는 각종 향신료 냄새로 꽉 찬 먹거리 노점과 출렁다리가 있더라.
다리 한가운데, 열 살 남짓 한 아주 예쁘게 생긴 여자 아이가 앉아 있었는데, 유주를 한참 쳐다보더래.
“엄마, 그 여자아이 좀 초라해 보였는데, 설마 버림받은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휴게소에서 일하는 부모님 따라와서 심심하니까 출렁다리 타면서 외국인 구경한 거 아니었을까? 유주 얼굴이 오이같이 길어서 신기해 보였나 보다.”
달랏에 도착했어.
‘림프억사원’을 구경했는데, 모든 자제를 재활용 쓰레기로 만들었다는 거야.
할머니의 명쾌한 한 마디.
“아, 그러니까 우리 난지도 같은 것.”
아담한 기차역에 나무로 만든 기차가 서 있고, “땅콩”, “땅콩” 외치는 소리가 분주했어.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바람이 세다고 글쎄 케이블카 운행을 안 한다는 거야.
제복 입은 군인들이 각 잡고 도처에 서 있지를 않나 분위기가 삼엄하더라고.
맥없이 돌아섰지.
다행히 ‘다 딸라’ 폭포 가는 루지는 운행 중이었어.
루지가 2인승이었거든.
일행이 일곱이니 한 사람이 혼자 탑승을 해야 하는데, 우리 딸 용감하기도 하지.
민찬이랑 유주랑 서로 혼자 타겠다고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유주가 당첨.
레일 바이크 같은 기기인데, 속도가 훨씬 빠르고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 정신이 없는 거야.
젊은 우리는 신바람이 나서 깔깔거리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혼비백산 놀라셨어라.
민찬이가 할머니 생각해서 브레이크 엄청 잡았다고 하는데도 내 엄마는 거의 혼이 나간 표정이셨다는구나.
할머니, 할아버지 시선은 웅장한 폭포에 꽂혀 감탄사만 연발하시는데, 손주들 영혼은 오직 루지 루지 루지.
결국 민찬, 유주 둘이서 표를 다시 끊어 한 세 트 더 왕복하고 나서야 끝이 났지.
우리 집 쌍둥이 완전 레이서 각으로 달릴 기세였는데, 저런 저런!
중국 커플 두 세트가 앞에서 줄줄이 속력은커녕 계속 닭살 셀카 찍어대는 통에 혈압만 잔뜩 오르고 말았다는 슬픈 사연이….
다음 코스는 ‘크레이지 하우스’
가우디의 수제자 베트남 양반이 지은 집이라는데, 최근에 한국 예능에 소개된 곳인가 보더라고.
암튼 계단도 요상하고 창문은 뒤죽박죽 뚫린 데다가 나무도 멀쩡한 것이 없다고 했어.
미로 같이 들어갈수록 뭔가 으스스한 느낌.
유주가 토끼처럼 깡충거리며 앞서 가는데, 제법 길을 잘 찾더라고.
거기서 숙박도 한다더라.
우리 엄마는 그날 저녁, 그 집에서 본 괴물들이 꿈에 나타나 가위에 눌리셨다는….
과연 ‘crazy’였던 거야.
마지막 코스였던 야시장은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단 3분 만에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어 입구에서 후퇴.
돌아오는 길은 캄캄했어.
집집마다 문을 다 열어놓고 있어 안이 들여다 보이는데, 희미한 전등에 텔레비전 불빛만 겨우 비치는 정도라고 작은누나가 말해 줬어.
가로등도 없다며 어떻게 이런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냐고 걱정이 태산이더라.
친절한 렌터카 기사님 덕에 편안하고 안전하게 호텔로 돌아왔어.
카카오톡과 파파고가 의사소통에 있어 가히 신세계를 열었다며, 작은누나 부부가 무난히 기사님과 대화를 주고받았어.
오늘도 김치에 사발면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신토불이 코리안 가족이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