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이 잘 지냈어?
누나 가족들과 나트랑 가서 다섯 밤 자고 왔어.
비행기 시간이 자정에 걸쳐 있어 5박 7일 여행한 셈이네.
오랜만에 비행기 타니까 아이처럼 좋더라.
미처 몰랐는데, 내가 비행기를 퍽이나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
리무진 타고 인천 국제공항까지 이동하는 데만 4시간이 걸렸어.
노약자와 장애인, 미성년자들을 대동한 여정이었던 만큼 작은누나 부부 부담이 컸음에도 귀국하는 순간까지 우리 일곱 식구 웃음이 끊이지 않았구나.
베트남에 입국하여 세 밤은 시내 호텔에서 잤어.
센스 있는 작은누나가 커넥팅룸을 예약한 덕에 유주랑 민찬이 수시로 할머니 할아버지 방 들락거리며 욕조 쓰고, 사발면 끓여 먹고.
누나가 쌀국수 마니아라서일까?
모닝글로리, 반쎄오, 타이거 새우, 반미, 랍스터, 분짜, 버터구이 맛조개 등등 음식이 입에 착 착 붙더라.
아, 넴느엉은 별로였지만.
맥주 좋아하는 우리 두목, 이번 여행 대표 인솔자 제부와 사이공 맥주로 건배!
쌀국수는 100 그릇 먹겠노라 큰소리치고 나선 걸음인지라 조식 뷔페에서도 기본 세 그릇.
코코넛 커피에 망고빙수에 아주 몸무게가….
놀고먹는 게 체질이었던 거야.
작은누나가 빈틈없이 차량 렌트 하고 숙소 예약하고, 맛집 검색하고 우리는 그냥 따라만 다녔으니 호강할밖에.
이틀은 나트랑 시내를 관광했어.
오토바이 한 대에 다섯 식구가 타고 달릴 수 있는 곳, 좁은 거리에 행인과 차와 오토바이가 제각기 다른 방향과 속도로 질주하는 곳, 거리에서 “풋 마싸 한 시간에 15만 동” 외치는 목소리가 넘쳐나는 곳, 온갖 탈 것들이 내지르는 경적 소리가 소용돌이치는 곳, 운전하거나 주무르거나 청소하거나 서빙하거나 요리하는 사람들의 땀값이 우리나라 20/1에 지나지 않는 땅이었어.
베트남에 머무는 동안 작은누나가 가장 많이 한 말이, “언니, 나랑 자리 바꿔.”였단다.
그 좁은 대로변에서 사고 안 나는 것이 용할 뿐.
바짝 긴장하여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작은누나 팔꿈치 꼭 잡고 걸었다니까.
‘베트남 맹인들 안내견은커녕 혼자 지팡이 들고 다니기도 힘들겠다. 독립 보행이 가능하기는 할까? 눈 뜬 사람들이 마사지업에 대거 종사하니 맹인들은 죄다 바리스타 해서 먹고사나? 비장애인 사는 환경도 녹록치 않아 보이는데, 특수교육은 이루어질까? 신호도 없이 오토바이가 점령한 이 좁은 거리에 감히 외출할 엄두가 날까? 활동지원사 제도는 시행되고 있을까? 인도와 도로 경계에 점자블록은커녕 5성급 호텔 엘리베이터 버튼에도 점자는 없던데….’
길 건널 때마다 작은누나가 바깥쪽에 서서 나를 보호해 준 덕에 아무 사고 없이 그 나라 거리를 내 발바닥으로 감각할 수 있었어.
명세기 안마 선생에게 현지 마사지, 강산이 생각에도 중요했겠지?
1일 1 마사지를 계획했는데, 아로마마사지, 타이마사지, 발마사지 세 가지 받기도 벅차더라.
부러 로컬 샵을 방문했어.
짧은 영어와 한국말을 섞어가며 디테일한 선택이 이루어졌지.
“아로마? 60분? 90분?”
“오일 있게? 이것들 중 향 선택해.”
“세기는 얼마나? 강한 것은 아파. 괜찮아?”
일곱 식구가 모두 아로마마사지를 60분씩 받았어.
나른한 기분에 젖어 로비로 내려오니, 유주와 민찬이가 기다렸다는 듯 합창을 하는 거야.
“엄마, 이모보다 훨씬 잘해요. 완전 좋아! 인정?”
“이놈들아, 나는 어루만지는 종목에는 관심이 1도 없단 말이다.”
강산아, 누나 소문난 무쇠손이잖아.
아그들은 그런 내 손보다는 한없이 부드러운 언니야들 손이 아프지도 않고 편했던 모양이야.
솔솔 잠이 오더라나.
식구들 대체로 만족도가 높았어.
페퍼민트 오일을 선택한 나는 아무래도 언니 손 기술에 집중하게 되더라고.
오래 한 솜씨였어.
오일 도포하는 손길부터가 예사롭지 않더니만 팔꿈치며 무릎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미끄러짐 한 번 없이 유려하게 시술을 끝냈지.
과연 프로로 세.
온몸이 이완되니, 턱없이 낮은 언니들 노동의 대가가 미안해지는 거야.
맘 같아서는 두둑하게 팁을 주고 싶은데, 아뿔싸.
앞뒤 없이 원시적인 차림으로 마사지를 받다 보니 주머니가 없잖아.
미리 생각해서 준비를 했어야 마땅하거늘, 환전한 돈과 여권은 우리 두목이 다 관리하고, 나는 그야말로 몸뚱이만 갔으니….
그냥 물질 아닌 마음으로만 열렬히 감사를 표했지 뭐야.
가짜 명품샵 구경도 했어.
물가가 싸니까 아무래도 지출 부담이 줄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누나는 선뜻 지갑을 사지 못하더라.
‘알뜰’이 얼마나 몸에 배었으면….
크록스를 사니 지비츠를 무려 10개나 주는 거 있지.
유주가 한껏 솜씨를 뽐내 엄마 것, 이모 것, 이모부 것, 제 것까지 슬리퍼를 꾸몄어.
이 신발 신고 내일은 ‘달랏’ 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