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망색권에 진입했어.
한국에 역색권이 있다면 베트남에는 망색권이 있나니.
야생의 밀림 같은 널디넓은 저택 단지에 들어선 거야.
‘멜리아 빔펄 깜란 리조트’
무슨 드라마 세트장 같이 근사한 집이 우리가 이틀 묵을 곳이라고 했어.
2층 대저택에 큼직한 방이 네 개, 화장실은 다섯 개에 집집마다 개별 풀이 있더라고.
“엄마 나는 이 집 처음 들어왔을 때 완전 깜짝 놀라였다. 진짜 신기하고 당황스럽고 너무 좋아!”
짐 풀고 바로 물속으로 첨벙.
두 녀석 다이빙 놀이하고 잠수하고 정말 시간 가는 줄을 모르더라고.
누나도 래시가드 입고 살살 들어갔지.
작은누나가 물 무서워하는 나 생각해서 글쎄 물해먹이며 튜브 등등 다양하게도 준비했더라니까.
두목이 공기주입기로 빵빵하게 부풀린 물해먹에 길게 누웠어.
옆에서 민찬이가 파도 만들면서 이모 안 심심하도록 깜찍하게 신경 써 주는 마음 이 얼마나 이쁘던지.
신선놀음이 따로 없어라.
물 위에 누워 무념무상 하염없이 흘러 다녔어.
내 눈앞에 파랗고 높은 하늘을 상상해 봤지.
‘아름답겠다. 보고 있으면 속이 뻥 뚫렸겠다. 맑은 하늘에 가슴까지 정화되는 느낌이었을 텐데….’
햇빛은 따가웠지만 습기 없이 보송보송한 바람이 그야말로 명품이구나.
우리 유주 좋아하는 망고나무가 사방에 열매를 매달고 서 있는 리조트를 버기카가 순환하고 있었어.
왜 놀이동산 가면 코끼리 열차 같은 거 있잖아.
정말 밖에 나가니 나무에서 막 떨어진 망고가 땅바닥에 굴러 다니는 거야.
우리 집 망고 소녀 신바람이 났지.
망고빙수에 젤리는 우리나라에서도 먹어본 것이었으나 망고로 만든 깍두기에 멸치볶음은 좀….
키 큰 코코넛 나무가 신기했어.
버기카를 타고 메인풀에 나간 우리 가족.
중국말 조금 들리고 온통 한국 사람들인 거야.
물해먹에 누워 떠다니기가 편하긴 하더라고.
풀이 넓으나 좁으나 나야 그냥 흘러 다니는 사람이니 크게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기분이….
얼굴 모자로 가리고, 긴소매 래시가드로 몸은 꽁꽁 무장했는데, 문제는 발등.
노릇노릇하게 아주 잘 구웠지 뭐.
저녁도 맛집 탐방, ‘타우티엔’이란 식당을 찾았어.
그 리조트는 외식 픽드롭까지 풀서비스더라.
열 가지 메뉴를 시켜놓고 코스 요리 맛보듯 푸짐하게 먹었는데도 20만 원이 안 되는 착한 가격, 오, 할렐루야!
대저택 거실 식탁에 둘러앉아 맥주잔 기울이며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어.
“우리 김서방 덕에 너무 호강하네. 항상 애 많이 써. 고마우이!”
“아빠, 김서방 이쁘면 목마라도 한 번 태워주시던가.”
민찬이 엄마, 웃기지?
못 말린다니까.
맑은 날씨, 건강한 서로에게 ‘감사’하며 마지막 밤의 끝을 잡았네.
마카다미아는 맛있어, 맛있으면 망고, 망고는 달아, 달면 우리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