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가 아프대. 아니었으면 했는데, 어떡하냐.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 그 병 정말로 약 잘 챙겨 먹어야 하거든. 누가 곁에서 챙겨주지 않으면 혼자서 관리하기가…
나 젊은 날 가장 아닌 가장으로 진짜 열심히 일 했다.
일 많은 데만 찾아다녔어.
비번 때 집에 돈 많이 갖다 주면 어깨 으쓱했고, 일 없어서 돈 많이 못 갖다 주면 면목 없고…
그렇게 키운 딸인데, 이렇게 돼 버렸다.
전화는 안 받지.
멀리 서라도 얼굴 살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유전’ 참 무서워.
누나같이 장애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은 이 몹쓸 운명이 유전될까 노심초사, 2세를 갖지 않고 사는 지인도 많아.
누나 동창, 바보같이 착하고 성실하기만 해서.
평생 그 딸아이 하나 잘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일하고 버틴 세월인데….
세상 일이 참 우리 맘 같지가 않구나.
미주가 어떻게 하면 엄마 마음을 알까?
오직 목소리로만 딸아이 안위를 확인해야 하는 어미인데, 야속한 녀석은 전화도 받지 않으니 얼마나 답답한 노릇이냐고.
부디 내 친구 죄책감에 허덕이며 우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전화 안 받으면 문자로 가볍게 시선을 바깥세상으로 유도해 봐.
기분 전환할 수 있도록 요즘 젊은이들 좋아하는 올리브영 세일 소식이라든지, 딸이 관심 갖을만한 아이템이라든지.
너무 약 얘기만 하지는 말고, 최대한 가볍게 접근해 보면 어떨까?”
평생 돈 버는 기계로 살아 놓고도 딸 앞에 죄인일 수밖에 없는 친구 운명이 너무 가혹하다.
가슴이 아파.
이 땅에서 여자 안마사로 돈 버는 일, 사실 퍽이나 험한 일이거든.
친구 모녀의 생이 서로에게 티 없는 축복이기를 바라.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
강산이도 응원해 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