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상간에 가을이 왔어.
아아가 뜨아가 됐고, 세수하고 나와 바로 로션을 바를 수 있음이 놀랍구나.
한바탕 쏟아진 빗줄기에 괴팍한 여름이 꼬리를 감추었도다.
토요일, 비 덕분에 우리 모녀가 꼼짝없이 집콕이었거든.
의미중독자의 하루는 이러하였으니.
유주 아빠 출근하기 전, 아침 댓바람부터 침을 한 판 놓았어.
누나 요리 못하는 나이롱 주부잖아.
그 부채감을 어떻게든 덜어내고 싶어서 열심히 주무르고 찌르는 거야.
유주 아빠 어깨가 아프다고 하여 다리가 저리도록 앉아 한 30분 침을 놓으면 그냥 내 마음이 좋아.
뭔가 이 남자에게 내가 보탬이 된 것 같아서.
유주 아빠가 출근하고 다시 침대에 누워 여유 있는 주말 아침을 즐겼어.
나 꾸물거림의 대가잖아.
앵커 손석희가 진행했던 『질문들』이란 방송 다섯 편을 모조리 들었는데,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게스트들 술술 풀어놓는 토크에 웃음이 빵빵 터지더라고.
백종원, 김태호, 윤여정, 유시민 등등 익히 친숙한 목소리들이 반가웠지만, 누나는 김이나 작사가와 황석영 작가 편이 특히 재미있었어.
쓰고 읽는 사람들의 대담, 한 마디 한 마디가 영양 만점이어라.
김이나 작사가의 젊고 명랑한 음색이 그 어마무시한 곡들과 겹쳐지면서 과연 ‘억’ 소리가 날 뿐이로세.
누나 얼마 전에 꽂힌 임영웅의 “이제 나만 믿어요” 노랫말을 지으신 어머니도 다름 아닌 그녀였으니.
한낮이 되어 느릿느릿 기상하신 우리 집 소녀.
김치볶음밥을 드셔야겠다는 거야.
그것도 교회에서 먹었던 그 집 그 메뉴로다가.
주문했지.
역시 ‘단짠단짠’이 해답이던가.
할머니도 엄마도 달아서 몇 숟가락 못 먹겠는데, 소녀 아주 대만족이시더라.
배불리 아점을 먹었으니 밥값은 해야 할 터.
모처럼 판을 깔고 엄마 안마를 시작했지.
할머니 어깨, 허리는 always 고질병이라서.
작심하고 풀려니 족히 2시간은 필요하더라.
토요일, 2차 시술 끝.
다음 미션은 소녀 목욕이었으니.
욕조 닦고, 입욕제 풀고 물을 받았어.
활동적인 소녀인데, 신통하게 욕조에는 잘 들어앉아 계셔요.
욕조에 들어가면서부터,
“엄마, 물 색깔이 별로야.
엄마, 물이 머드 느낌이야.
엄마, 너무 미끌거려.
엄마, 나 언제까지 앉아 있어야 해?
엄마, 엄마, 엄마… ”
대략 40분 경과 후 때를 밀기 시작했는데, 와우 실적 좋으시고.
‘지우개’이신 줄.
유주 때 미는데, 왜 내가 이렇게 개운하냐고.
부랴부랴 화장실 뒷정리.
회식까지 마치고 퇴근한 남편 어깨 만지는 것으로 3차 시술 완료.
적어도 오늘만큼은 누나 밥값 제대로 한 거다.
강산이가 증인 아니 증견이야.
내 평생 며칠 있을까 말까 한 토요일이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