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 마지막 날에 급히 조문할 일이 생겼어.
교직원 가족의 부고 소식을 접한 거야.
기동력 있는 선생님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서울까지 단숨에 왕복.
태산 같았던 한 어른의 평생이 이렇게 멀어지는구나.
‘떠남’이란 단어가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무턱대고 설레는데, 하늘나라도 그럴 수 있을까?
유주 할아버지 떠나시고 장례 모시는 동안 먼 길 마다 않고 직접 조문 와 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귀한지 처음 느꼈어.
겪어 보니까 알겠더라고.
아무리 자연의 이치라 해도 이별은 슬프잖아.
강산아, 누나는 병원 안 거치고 하늘나라 가는 것이 소원이란다.
하늘나라보다 병원이 더 두려운 나 문제 있는 거니?
언젠가 『초등 매일 글쓰기의 힘』의 저자 이은경 샘이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은지, 그 이유를 세 가지 써보자는 글감을 건넨 적이 있었어.
물론 영상 속에서였지.
‘야생마?’
‘새?’
구속받지 않고 훨훨 날고 싶은 욕망, 저 높은 곳에서 아랫 세상 희로애락의 여러 군상들 구경이나 하면서 영화 보듯 소설 읽듯 살면 이 생이 좀 만만할까?
오늘도 이 ‘Yes man’은 긴 연휴를 뒤로 하고서 겸허한 자세로 출근 완료요.
아침부터 여름 원피스 몇 개를 한바탕 손빨래해서 탈수해 널고, 부랴부랴 활동샘 차에 올랐어.
한 1주일 못 뵈었잖아.
반갑기 그지없어라.
월요일 같은 목요일, 학생들과 깔깔거리며 추석 아니 하석 토크하고, 모처럼 컨디션 좋은 중2 언니야들과 국어 공부하고, 점심시간 막간을 이용하여 누나 단골 무릎에 침놓고, 임상실습실 손님 받고….
그 사이로 공무원 되어 어엿하게 밥벌이하고 있는 졸업생이 진로탐색 특강차 모교를 방문했다며 인사 와서는,
“선생님, 왜 이렇게 작아지셨어요?
저 선생님 책 봤어요.”
“이놈아, 일을 해. 업무 관련된 것도 아닌데
무슨 그런 책을 보고 있어.”
“도서관 업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저 벌써 3년 차랍니다.”
짧지만 반가운 악수를 나누고, 뒤돌아 바로 안마 훈련생에게 피드백을 읊었어.
강산이가 봐도 정신없지 않니?
이렇게 종종거리다 보면 금세 퇴근 시간이 돼.
귀갓길에는 시내에 들러 유주 동복 체육복 결제하느라 헬스 패스.
어허, 땡땡이 아니고 시간 관계상 어쩔 수 없이 혹은 부득이하게….
일 몰아칠 때는 무인도로 숨고 싶고, 가만히 있으면 좀이 쑤시고 이를 우야문 좋겠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