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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불볕을 싣고

by 밀도

강산이 송편은 먹었어?

누나는 시댁에서 어머님 해주시는 갈비에 형님들이 챙겨주시는 송편에 과일에 올 해도 배부른 명절이구나.

친정 식구들과는 춘장대 펜션으로 1박 나들이를 다녀왔어.

날씨가 날씨가 8월 한가운데 같이 불타오르긴 했어도 동생들 덕택에 파도 소리 듣고, 삼겹살에 목살에 바비큐 맛도 봤단다.

우리 제부들 어디다 내놓아도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대한의 건아들이잖아.

세상에 이 더위에 우리 막내 제부, 그래 그 용대표님.

글쎄 정안에서 춘장대까지 자전거로 달린 거야.

결국 헝아가 50KM을 달려 구조했지.

응 베트남에서 우리 추장이었던 그 헝아가 출동. 왕복 100KM을 추가로 더 달리고서도 저녁에 땀 삐질삐질 흘려가며 바비큐를 구웠다니까.

옆에 앉아 구워준 고기를 받아먹는 내가 바비큐 될 판으로 더운데 우리 제부들 불 앞에서 처가 식구들과 아이들 먹이겠다고….

언제나 한결같이 고마운 내 동생들이로세.

응 유주 아빠는 야근하느라 함께 하지 못했네.

아침에 퇴근하고 한숨 눈 붙인 다음 안동까지 장거리 운전을 해야 했거든.

유주랑 누나는 솔직히 오가는 길에 늘어지게 한 잠씩 자면 그만이지만 헝아는 피곤하지.

안동에서는 늘 그랬듯 유주와 큰아빠의 윷놀이 대결이 펼쳐졌어.

종국에는 유주에게 용돈을 주시는 걸로 마무리되는 게임.

유주 큰아버지는 교도관이셔.

이름만 들어도 으스스한 악명 높은 ‘청송교도소’

누나는 재소자들의 세계가 유독 궁금해.

우리가 모르는 사회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번죄심리학’에 관심이 있기도 해서.

그리하여 김도영 교도관이 쓴 업세이, 봄릉 출판사에서 나온 『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를 독서토론 도서로 추천하여 함께 읽고 토론한 적도 있었단다.

유주 큰아버지께서 가끔 들려주시는 소소한 이야기 조각들이 무턱대고 흥미로운 거야.

보안 때문인지 직장 관련해서는 거의 말씀 안 하시는데….

“도둑놈들 소에서 죽는 경우도 있거든. 그러면 장례까지 다 치르는데, 가족들이 유골을 인도받지 않는 경우도 있어.”

내가 물었지.

“시신 병원에 기증하면 안 돼요? 의대에서는 카데바가 부족해서 난리라던데.”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

‘세상에 한 번 왔다 가면서 끝까지 그렇게 죄만 짓고 가면 허무하지 않을까?

법적으로 무연고 시신 의대 연구용으로 기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세상을 널리 이롭게는 못하더라도 마지막 가는 길 좋은 일로 처리되면 자율 아닌 타율일망정 그나마 유종의 미로 마침표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책에서도 봤지만 아픈 재소자에게 붙는 경비 인력을 생각했을 때 과연 무엇이 옳은 처사인지, 어디까지가 인권 보호인지 사실 모호해지고 말잖아.

그냥 아무 소용없는 얘기 누나가 길게도 했구나.

당장 내일 아침 식탁 메뉴도 정하지 못해 놓고 말이다.

관념 속에 빠져서 정처 없이 목적 없이 흘러 다니는 상념은 결코 내 입에 밥 한 톨 넣어 주지 않나니.

돌아오는 길에는 아버님 잠들어 계신 하늘 공원에 들렀어.

명절이라서인지 모처럼 북적북적 산자들의 목소리가 생기 있더라고.

“아버님, 유주 이 나이 먹고 글쎄 품새 대회를 나가겠대요. 다음에 올 때 금메달 걸고 올 수 있게 응원해 주세요.”

“할아버지, 엄마가 자꾸 중딩인데, 대회 나간다고 뭐라고 해요. 2학기에는 시험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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