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거 봐. 이게 어제 정형외과에서 물 빼고 온 무릎이다.”
“많이 부우셨네. 아프시겠어요.”
동료 선생님인데, 어깨며 무릎이며 누나 단골손님이시란다.
강산이도 기억할 거야.
우리 처음 이곳에 뿌리내릴 적에도 계셨던 선배 선생님.
아, 그때는 40대셨으려나?
강산이 아니 너 말고, 팔도 강산할 때 그 강산이 두 번이나 변했을 함께 흘러온 세월이 새삼스러워지네.
‘퇴행성관절염’에 ‘역류성식도염’에….
인생 누구에게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은가 보구나.
무릎이 잔뜩 부어서 주변 경혈점에 간단히 무통침을 놓았어.
그런 다음 향기로운 오일 도포, ‘발마사지’를 시행했지.
이레봬도 누나 안마·마사지·지압 교과서 지필진이었잖니?
‘발마사지’ 단원을 제일 신명 나게 공부했었는데.
그냥 ‘발’이 짠해서.
우리 몸에서 가장 대우 못 받는 부위인 것 같고, 항상 신발 속에 갇혀 고생만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냄새난다고 구박까지 받잖아.
유주도 발 만져 주면 아기처럼 새근새근 잘 자거든.
돈도 안 내면서 열나거나 몸살 있을 때마다 아주 공주처럼 발마사지를 주문하셔요.
퉁퉁 부운 무릎부터 달레 줘야 했어.
통증이야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 아니고, 우선은 정맥 순환을 잡아야겠더라고.
“선생님, 너무 고마워요.
내가 여기서 웬 호강인가 몰라.”
이전에도 어깨 통증 때문에 누나에게 침 맞고 한사코 화장품을 선물해 준 전적이 있었어.
그냥 누나 손이 좋다고, 효과 봤다고 반색하는 모습이 사실 난 더 좋아서 하는 일인데 말이지.
‘발마사지’ 한 이튿날 회의가 끝나고 나오면서 그 선생님 내 손을 덥석 잡으시는 거야.
“선생님 아침에 일어났더니 글쎄 진짜로 내 무릎이 날씬해진 거 있지.
고마워요.”
요즘은 아침에 형 눈 주변 근육을 풀어주고 있어.
귀찮아도 주물러 주면 머리에 뚜껑이 하나 없어진 것 같다고 하고, 눈이 밝아졌다고 하니까 또 재미가 나는 거야.
그나저나 유주 성장마사지를 매일 꾸준히 해야 하는데, 어미도 딸도 공사가 다 망하셨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