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하늘이….
눈 감은 누나 눈에도 보일 것 같이 파란 일요일.
상쾌한 기분으로 교회에 갔어.
예배 마치고 나오는데, 참아 들어줄 수 없는 소란이….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상스러운 욕설이 온 건물을 쩌렁쩌렁 울렸어.
“엄마, 아까 그 할아버지 전에도 부부 싸움 했던 그 사람이잖아.
우리 간식받는 데 들어와서 막 소리 지르고 왜 자기는 빵 안 주냐고 그러는 거야.
괜히 우리 목사님한테 뭐라고 해.
나 간식받는 데 자꾸 가까이 와서 내가 빨리 뛰어나와 버렸지.
근데 빵 맛없네.
이거 엄마 먹어.”
소녀 맛없다고 넘긴 빵 받았냐고?
“인마 안 먹어.”라고 말하면서 손은 이미….
맛만 있더구먼.
댄스 동아리 연습이 있으시다는 소녀를 청소년문화회관에 내려주고서 모처럼 친정 부모님과 시원한 냉면을 한 그릇씩 먹었네.
저녁 8시가 넘은 시각, 늦은 외출을 했어.
경기도에 사는 맹학교 후배가 볼링 선수인데, 누나 동네에서 전국 대회가 있다는 거야.
두 시간 남짓, 치킨집에 앉아 맥주잔을 기울이는데, 그 짧은 시간 속에 후배의 눈물과 웃음이 믹스 커피처럼 단숨에 녹아들었단다.
새삼 ‘언니’라는 이름 앞에 쏟아지는 많은 말과 글과 눈물과 공감이 버겁기도 감사하기도 했어.
후배가 쏟는 눈물 앞에서 누나 망연히 나의 되도리표 징징 거림이며 팔자타령을 묵묵히 다독거려 준 언니를 떠올렸나니.
‘똑같은 레퍼토리는 때로 듣는 이를 곤혹스럽게 만드는구나.
장애라는 멍에는 평생 지니고 살아도 적응 안 되는 고약한 십자가구나.
내 코가 석자일수록 남 사정에 내어줄 곁이 얇아지는구나.
빛도 못 보고 사는 나 이상으로 저시력 어미 인생도 고달프구나.
활동지원사와의 궁합, 장애인 삶의 질에 결정적이구나.
휠체어를 타는 후배 남친 눈에 시각장애는 그 어떤 장애 영역도 능가해 버리는 특훈이구나.
일어설 수 없는 남친과 일상을 공유하면서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감사 제목을 발견하게 된다는 후배 말에 나는 가타부타 숨이 턱 막히는데…’
강산이도 그 옛날 이 누나랑 함께 서울 시내를 활보했던 적 있었거든.
이 후배 레알 찐 못 말리는 긍정의 아이콘이지?
난 못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