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로운 연휴가 다 지나갔어.
개천절부터 일요일, 그러니까 6일 주일까지 쭉 쉬었잖아.
누나는 어디 안 가고 얌전히 이 긴 연휴를 집에서 보냈단다.
응 유주 학교가 재량 휴업이 아니었고, 알다시피 나 혼자 훌쩍 떠날 수 있는 형편이 못 되는 데다가 오라는 곳도 갈 곳도 딱히 없더라고.
다행히 4일 금요일에는 헬스장에 갈 수 있었어.
금주 처음이자 마지막 출석.
역시 헬스장에 다녀오면 기분이 한결 가벼워져요.
신성한 월요일 앞에서 내가 지난 4일 동안 무엇을 했나 되돌아봤거든.
그런데 특별히 떠오르는 것이 없는 거야.
연재 원고를 하나 마감했고, 드라마 『굿 파트너』를 끝냈고, 엄마랑 베테랑 2 영화를 봤고, 캠핑 가는 똑 시 우네 가족과 저녁 식사 번개를 했네.
오늘은 교회 다녀와서 유주 반신욕을 시켰어.
일교차가 큰데 이 녀석 주말에 집에 붙어 있지를 않으니 비염 나을 틈이 없는 거야.
어제도 하루 종일 친구들이랑 몰려다니느라 저녁 늦게사 귀가를 하셨다니까.
댄스 공연 나가는 친구 응원 가랴, 마라탕 드시랴, 빙수 드시랴 얼마나 바쁘신지.
이제 엄마랑은 놀아 주지도 않아요.
덕분에 어머니는 집콕하며 내일 있을 토론 도서를 완독 했어라.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푸른 숲에서 나왔고, 류승연 작가가 썼어.
전직이 기자시라 글빨이 글빨이….
또 누나랑은 뗄려야 뗄 수 없는 ‘장애인’ 관련 이야기고 보니 정말 술술술 읽히더라고.
이란성쌍둥이로 딸과 아들을 한꺼번에 얻었는데, 아들이 발달장애라네.
장애 가족, 함께 크는 비장애 형제자매의 고충, 부모의 양육 태도, 활동지원사의 폭력, 인권과 인권 감수성, 장애 아동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며 시시때때로 쏟아지는 지인들의 알량한 조언에 일일이 응수하기도 지치겠다 싶은데, 류승연 작가는 지극히 이성적이고도 다각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거야.
특히 아들을 폭행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이 놀랍도록 침착해서….
“피가 거꾸로 솟는다. 심장이 벌렁벌렁거린다. 당장 음악치료실로 뛰어가고 싶다. 불쌍한 내 새끼를 안아서 달래고 안심시키고 싶다. 하지만 이럴수록 침착해야 한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놔야 한다. 활동보조인과 대면하는 건 그다음이다.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을 데리러 가도록 했다. 그리고 나는 준비에 나섰다.
정리하면 이렇다. 말 한마디 못하는 아들은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얼마나 맞아 왔을지 모른다. 이날 지인이 ‘우연히’ 목격하지 않았으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부모인 나는 아들을 때린 활동보조인을 목격자 진술과 CCTV 증거를 토대로 얼마든지 형사고발할 수 있다. 하지만 고발한다 해도 그녀가 금고 이상의 징역형을 받기는 사실상 어렵고 벌금형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사이 법정에 왔다 갔다 하느라 내 몸과 정신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다.
형사고발은 안 하기로 했다. 현행법으로는 그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실질적 방법이 없다. 형사고발로 활동보조인 자격 영구 정지 등 일련의 조치가 취해진다면 법정에 오가느라 정신이 피폐해지는 수고로움쯤은 얼마든지 감수하겠지만, 고발하더라도 그녀가 받을 수 있는 최고형은 벌금형이다. 내 목적은 그녀의 돈 몇 푼을 뺏는 것이 아니다.”
장애 아동을 키우는 엄마들의 자조 모임에서 한 엄마가 ‘장애인’은 오래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했다는 대목도 나는 좀 아프더라.
「내가 보기엔 바닥에 누워 짜증만 부리다 장난감 몇 개에 눈길 한 번씩 주었을 뿐인데 30분이 금세 지나가곤 했다. 치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나는 아들에게 말하곤 했다.
“오구오구 우리 아들, 오늘도 8만 원을 허공에 날리고 왔어요? 오늘도 치료실 전기세 내주고 왔어요?”」
동갑내기인 비장애 딸을 함께 사랑해야 하는 엄마는 몸도 마음도 바쁠 수밖에.
강산아, 누나는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하구나.
류작가가 퍼붓는 자녀 사랑에 비하면 내가 유주에게 쏟는 정성은 그야말로 ‘조족지혈’이 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