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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Oct 10. 2024

시스템이 중요해

강산아, 누나 인생 배경이 ‘학교’, 그러니까 배움터라는 사실이 새삼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누나가 근무하는 학교에는 ‘이료재활전공과’라는 과정이 있다고 했잖아.

살다가 중도에 실명한 성인들이 재활과 직업 교육을 받는 2년 과정인데, 10월 말이 되면 보통 1학년 학생들이 살살 임상 실습에 참여할 준비를 해요.

누나는 올해 2학년 실습 담당이고, 졸업반 학생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실제 안마 시술을 하거든.

물론 무료로 하지.

1학년 병아리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 안마를 할 수 있을 만큼 손이 익었는지, 누나가 먼저 받아 봐야 임상 실습에 투입을 할지 말지 견적이 나오지 않겠어?

피술자들이 느낄 수 있을 불편 사항이나 개선점을 사전에 파악할 목적으로 한 번씩 받아보는 건데, 학생들 입장에서는 무슨 ‘테스트’를 받는 기분인가 봐.

번듯하게 사회생활 하던 남자분들인데, 엄청 각 잡혀서 긴장들을 하시는 거야.

사실 누나가 그들보다 나이도 적고, 사회 경험도 짧은데, 땀 뻘뻘 흘려가며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너무 진지하고 깍듯한 모습에 마음이 짠해지고 말았어.

1학년과 2학년 사이에는 제법 큰 강이 있는 거 같아.

시각장애인이 된 자신의 인정하는 한편 같은 처지에 있는 급우들과 어울리며 본격적인 안마사 사회로 진입을 하게 되는 거지.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 상황이 빚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어른들이고 인품들이 워낙 좋아서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며 졸업을 맞이해.

 안마는 서비스업이잖아.

영업력 좋은 학생들은 지역 주민들과도 친근하게 관계를 맺어.

창업을 하고, 사업가로서 입지를 다져가는 거야.

 교실이 바뀌고 안마 실습 대상이 바뀌는 환경적인 진급 시스템이 학생들의 안마 연습 동기를 자극하는 데 퍽이나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단다.

2학년이 되면 급우들끼리 안마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실제 임상 실습하고 평가서를 누가 기록하여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주거든.

안마 대상자가 바뀌고 다양한 사람들의 피드백을 종합하며 훈련하는 1년 세월이 이 병아리들을 어엿한 ‘국가 공인 안마사’로 성장시키는구나.

 다음 주에는 1차 고사가 있어.

안마사가 되기 위해 이론과 실기를 무려 열 과목이나 공부하는데, ‘해부생리’, ‘한방’, ‘이료임상’, ‘진단’, ‘병리’ 등 외울 것도 많아요.

거기에 ‘점자’니 ‘보행’이니 ‘보조공학’이니 재활 기술도 부지런히 섭렵해야 하고.

 누나는 문득문득 우리 학생들에게 배워.

결코 녹록치 않은 삶을 대하는 그 진솔한 걸음걸음에 스민 ‘괜찮은 태도’를….

헉, 표절하지 말라고?

강산이 어떻게 알았어?

맞아. 누나가 좋아하는 그 예능 ‘유 퀴즈’ 박지현 작가가 쓴 책 제목이잖아.

막내 누나가 추천해 줘서 진작에 읽어봤지.

『참 괜찮은 태도』

‘3일’이라는 다큐멘터리도 만드셨더라.

오오오!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고, 챙겨봐야 할 드라마며 다큐, 예능이 넘치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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