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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Oct 10. 2024

읽고 또 읽고

한글날이야.

세종대왕님께서 백성들을 사랑하사 자주정신과 애민정신, 실용정신을 담뿍 담아 만드셨다는 ‘훈민정음’.

중2 국어 교과서에도 한글의 창제 배경이 나와요.

‘상형의 원리’, ‘가획의 원리’, ‘초출자와 제출자’도 공부하고, 배우기 쉬운 우리말의 우수성을 새삼 생각하게 되는 시간.

 누나는 오늘도 집콕하며 ‘독서산매경’을 누렸단다.

먼저 최진영 작가의 소설집『쓰게 될 것』

문장문장이 칼 같아.

나의 폐부를 사정없이 찌르고, 뼈를 때리는 느낌이랄까.

그러니까 너무 좋다는 뜻인데.

『홈 스위트 홈』은 진작에 몇 번을 반복해서 읽었던 단편.

한 편 한 편이 그야말로 꿀인데, 오나영이 주인공인 현실가족 이야기.

『디너코스』

구간 구간 격한 공감을 안 할 수가 없더라고.     

“토요일 저녁 메뉴에 대한 의견은 각자 달랐다. 김영선은 참치회 전문점을, 오나영은 서울 외곽의 한상차림 한식당을 추천했다. 오민영은 '무조건 소고기!'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단톡방에서 그들이 주고받은 메시지의 일부는 이렇다.

김영선 소고기? 구워 먹자고?

오민영 스테이크면 더 좋고!!

오나영 4인 스테이크면 너무 비싸.

오민영 그래도 환갑인데 소고기 먹자아!!

오나영 가고 싶은 레스토랑 따로 있어?

오민영 낼 서치해볼게.

김영선 오랜만에 가족 외식인데 룸에서 여유롭게 참치 코스 먹지?

오나영 (한상차림 사진을 올린 뒤) 이게 바로 잔칫상이지 없는 게 없음.

오민영 스테이크 먹자아.

오석진 그냥 집에서 먹으면 안 돼? 음식 하기 귀찮으면 배달시켜서.

김영선 집에서 먹는 거 자체가 귀찮고 그래도 환갑인데 배달음식은 아니지.

오석진 내 생일이니까 내가 먹고 싶은 거.

김영선 참치회랑 한상차림 중에 당신이 골라.

몇 분 후,

오석진 그럼 난 중국요리 디너코스로.”     

‘헐, 어딘가 매우 익숙하고 친숙한 대화창. 다른 가족들도 비슷한가 보군.’     

“내가 남들에게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건 뭘까. 머릿속에 곧바로 두 글자가 떠올랐다. 불안. 사실 오나영은 언제나 불안했다. 원하는 대학에 못 갈까 봐, 원하는 학점을 못 받을까 봐, 팀플에서 제 몫을 해내지 못할까 봐, 비난받을까 봐, 취업을 못할까 봐, 실패할까 봐 매번 초조했다. 이직을 꿈꾸고 있지만 과연 더 나은 조건의 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이직에 성공한다고 해도 또 다른 고난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직장에 머무르면서 부장이 퇴사하기를 기다리는 게 낫지 않을까? 마트에서 간장 하나를 사더라도 밀리리터당 가격을 확인해 보고 선택하는 이유가 알뜰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신중해서'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후회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오나영은 후회에 취약했다. 여태까지는 성취에 집중하기보다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선택했다. 리스크가 적은 것이 성취에 가깝다고 믿었으니까. 오나영은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누구라도 그렇지 않겠는가?.”     

‘이거 나 아님? 오나영보다 늙어서 부장 직급을 달고 있을 뿐.’     

“중학생이 되면서는 엄마가 방에 함부로 들어오는 게 싫었다. 반드시 노크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숙제든 친구 관계든 질문하지 않길 바랐다. 책상의 물건에 손대지 않았으면, 옷차림에 간섭하지 말았으면, 잠 좀 일찍 자라고 잔소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족 여행보다는 친구와 시내에서 노는 게 훨씬 재미있었다.”     

‘어허라, 이건 우리 집 소녀일세.’

강산아, 누나가 애정하는 소설가들이 많긴 하다만.

최진영 작가 문장이 누나는 참 좋다.

그냥 천착하는 곳, 혹은 관점의 온도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나도 소설 쓰고 싶어.

경북점자도서관 온라인 소설 창작 강의를 열심히 챙겨 듣고 있다만, 그저 막연함이러라.

아 근데, 박경리 작가 있잖아.

『토지』라는 대작을 쓰시면서 글쎄 평사리를 한 번도 직접 가지 않으셨다는구나.

완전 대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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