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아, 오늘은 가을비가 제법 내렸어.
월요일이고 주말 대회까지 출전했던 따님 7교시하는 날이잖아.
살짝 태권도 쉴 것을 종용해 봤는데, 아이고 운동 의지만큼은 쳄피온일세.
7시 넘어 1차 귀가.
애정하는 안성탕면 후르륵 면치기 한 판 하고 바로 도장 앞으로 갓.
글쎄 밤 10시가 다 되어 2차 귀가를 하셨다니까.
‘그래.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소녀 서둘러 취침 준비를 했어.
여전히 샤워하고 나오면 벌거숭이로 춤을 추시거든.
어머니가 등이며 팔이며 몸뚱이에 로션을 발라줄 때마다 얼마나 엉덩이를 흔들어대는지.
심지어 화장실만 들어가면 밤이고 낮이고 그렇게 노래를 불러재껴서 매번 제지시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에요.
아파트인데, 소음공해로 신고당할까 조마조마하단다.
2학기에는 유주 학교 개교기념일도 있고 축제도 있고 행사가 좀 있나 봐.
무슨 축제를 얼마나 준비하려고 그러는지 주말이면 뽀롱뽀롱 뽀로로처럼 댄스 동아리 연습 나가잖아.
의상도 갖춰 입을 계획인가보더라고.
수시로 친구들과 색깔이며 스타일 코디에도 아주 골몰을 하세요.
며칠 전부터 투명끈 속옷이 필요하다는 거야.
11월이면 날도 추운데 무슨 배꼽티를 입고 얼마나 요란하게 춤을 추겠다는 말인지.
벌써 학교에서는 학생 개인이 원하는 취향을 저격하여 옷까지 구매를 해 준 상태라는구나.
그 축제 학부모도 가서 구경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긴 뭐 나야 그 현장에 있어도 무대를 볼 제간이 없긴 하다만 말이다.
잠옷을 입고, 팩을 붙이고, 미스트를 뿌려대며 소녀가 말했어.
“엄마 우리 반에 쭉쭉빵빵인 애들 많다.”
“오오, 벌써 키가 큰 친구들이 많은가 보네.
그래도 너희들은 아직 크는 중이어서 다이어트 같은 거 하면 안 돼요. 멸치도 먹고 우유도 먹고 해야 한다구.”
“엄마 진주 몸매 엄청 예쁘다.
진주는 엄마를 닮았대.
나는 슴가가 작아서….
엄마 엄마는 몇 컵이야?”
‘딸아, 국어 공부부터 좀 하면 안 되겠니?
어머니 속이 마이 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