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아, 누나가 시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체육회 헬스 시설을 이용하다 보니 거기 직원들 퇴근 시간을 지켜줘야 해.
너나 나나 칼퇴근은 진리이므로.
퇴근 시간 되면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활동 선생님과 헬스장에 가는 거야.
아무리 서둘러도 5시가 넘어야 헬스장에 입장할 수 있어요.
6시 퇴근인 그 사람들 눈에 5시에 나타나 거의 59분까지 운동을 하는 여자가 달가워 보이지는 않았겠지?
거기도 보니까 장애인 일자리가 있고, 비장애인 직원이 있고, 또 노인 일자리도 있는 것 같더라고.
로비 데스크에 앉아 계시는 아저씨.
“좀 일찍 오시면 안 돼요?”
그럼 활동샘 답하시길.
“우리 6시 되면 나가요.”
1분이 아쉬워지는 거라.
덕분에 한 시간 운동이 꿀맛이지.
1주일에 기껏해야 세 번 가면 잘 가는 불청객인데….
첫날부터 친절했던 비장애인 청년 직원이 하나 있었더라.
매주 평일 하루는 장애가 있어 보이는 여성이 그 자리를 대신했더라.
둘의 업무, 퇴근 시간은 동일했지만, 각각의 태도는 확연히 달랐나니.
말하자면 누나는 그들 눈에 진상인 거잖아.
늦게 나타나서 늦게 사라지는.
나만 아니면 그들이 편하게 퇴근 준비도 하고, 이렇게까지 꽉 채워서 근무하지 않아도 될 어떤 틈 같은 것.
암만. 알지 알지.
그렇다고 내가 6시를 넘겨서 운동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다만 6시에 같이 나가게만 해주면 되시겠는데….
그 착한 청년 있잖아.
누나 활동샘에게 조심스럽게 말하더래.
“용기 내서 말해요. 55분에는 운동 정리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버스를 놓칠 때가 있어서요.”
헉, 내가 운동한 지 한 달은 넘어가는 것 같은데, 그동안 계속 그랬다는 건가?
활동샘이 잘 알겠다고,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을 하셨대.
미안해지지 뭐니.
‘아, 차가 없나 보구나.
진작 얘기했으면.’
며칠 전에 운동 기기가 말을 안 들어 수리를 요청했었거든.
그것도 얘기하자마자 손수 기름칠을 하고, 일일이 설명을 더해 가며 고쳐주려고 애쓰는 양이 인상적이었어.
“그건 전문가가 고쳐야 할 것 같은데. 애쓰지 마세요. 괜찮아요.”
활동샘 얘기하셔도 끝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해놓더라고.
음악도 에어컨도 누나 운동 마칠 때까지 손 안 대고 있어 주니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누릴 수 있었던 거야.
근데, 평일 하루 근무하는 여자.
그녀 덕에 그의 성실함을 더 명징하게 실감했구나.
스위치 하나 누르면 되는 조작인데도 50분이 되면 음악부터 꺼버려.
당연히 분위기가 싸해지겠지?
고요한 공기 속에 운동을 마치고 나왔는데, 활동샘이 말씀하시는 거야.
“무슨 직장 생활을 저렇게 해?
인사해도 받지도 않아요.
아주 가방을 메고 서 있네.”
한 번은 셋이서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내려왔거든.
그 여자가 우리 활동샘에게 묻는 거야.
“이 분이 이렇게 늦게 오시는 거예요?”
같이 있는데, 꼭 옆사람에게 말하는 사람 있다.
‘내가 눈이 안 보이지, 귀가 고장 났냐?
너도 장애 있는 몸이면 그 정도는 알아지지 않든?’
“퇴근 시간이 있어 이때 밖에 못 와요.”
온 건물이 쩌렁쩌렁 외치는 듯하여라.
“일찍 왔다 일찍 가란 말이오.”
“저 양반은 젊은데, 차는 큰 차를 타네.
본인이 운전하고 가네요.”
‘금수저이신가 보군.
챗, 운전할 수 있어 좋으시겠수.’
웃긴 건 이 마음이니.
버스 탄다는 그 청년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출렁이다가 큰 차 타는 그 여자에게는 정체 모를 시기심이….
이거 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