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출판사 가는 길

by 밀도

전주로 퇴근하는 동료들에게 카풀을 요청할 때마다 못내 옹색했다.

유명 제과점에서 쿠키며 케이크를 선물했고 모바일 상품권도 퍽 유용했다.

목요일이면 7시부터 신아문예대학 야간반 수업이 시작됐다. 첫 해에는 수필전도사님이 근무하시는 전주 팔복동 한지박물관까지 갔다. 착한 이*혜 동료가 한 학기 가량 나를 그곳까지 태워다 주었다. 개인적으로 가까워질 틈 없이 바쁜 우리였지만 그녀는 기꺼이 내 청을 들어주었다. 그녀에게 사정이 생기는 날이면 다급한 마음으로 장애인콜을 불렀다. 배차에 실패한 날도 성공한 날도 있었다.

근근이 한 주 한 주 출석했다. 교통편을 마련하지 못해 결석한 날이 훨씬 많았다.

전주 시설공단에서 운영하는 이지콜을 알고 부랴부랴 회원가입했다. 교통 약자를 위한 장애인 콜택시였다. 1주일 전에 탑승 예약을 해야 했다.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집전화와 휴대폰을 부리나케 돌렸다. 재다이얼 버튼을 정신없이 누르다 보면 전화기는 금세 먹통이 됐다. 운 좋으면 10분 안에 통화가 연결되었지만 보통은 30분가량 끊임없이 버튼을 눌러야 했다.

그나마도 예약이 성사되면 보람 있었지만 잠 설치고 30분 기다려서 차가 없다는 콜센터 직원의 냉랭한 목소리를 들으면 그야말로 기운이 쭉 빠졌다. 하루 종일 병든 닭처럼 시들시들했다. 예약에 성공한 아침이면 학교에서 수업하는 목청이 한 옥타브 올라갔고, 생기와 웃음은 자동 반사였다. 차량이 올 때까지 짬이 있으면 피난민처럼 급하게 빈 교실 한 구석에 앉아 사발면을 말아먹었다. 양치까지 할 수 있으면 횡재한 날로 간주했다.

가는 차편을 어찌어찌 해결하면 오는 차편은 대부분 활동지원인의 도움을 받았다.

9시가 다 되어 전주에서 익산까지 주행하는 것이 연세 있는 지원인 분들에게는 썩 달갑지 않은 업무였으므로 마음이 무척 불편했다.

목요일 아침 6시 예약은 한 주의 승패를 좌우하는 묵직한 관문이었다.

2018년 함께 근무했던 베이지색 목소리 근로지원인께서 나의 애로를 알고 자원하여 수요일 밤 9시, 인터넷 광클릭 예약에 힘을 써 주셨다. 전맹인 나로서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인터넷 예약이었다. 왕복 예약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실 때면 배이지 목소리에도 기쁨이 묻어났다.

언젠가는 밤 9시가 다 되어 수업을 마쳤는데, 예약했던 콜택시 시스템의 문제로 차량 배차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황당하고 당혹스러웠다. 기차역까지라도 차량 배차를 사정했다. 겨우 전주역에 가서 30분가량 열차를 기다렸다. 늦은 시간 역사는 어쩐지 을실년스러웠다. 익산역에 내려 코레일 직원 안내를 받아 택시를 탔다. 집에 오니 11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직장에서 제일 가까운 정류장까지 동료 도움으로 이동한 다음 전주까지 용감하게 시내버스를 타는가 하면, 송천동이 집인 선생님 차에 얹혀 주행 중에 즉시콜을 잡아 메뚜기 뛰 듯 아슬아슬 출판사에 당도한 날이 있었다.

매주 전주까지 퇴근하는 동료들을 수소문하며 다소 친밀하지 않은 이들에게까지 실례를 무릅쓰고 부탁했다. 동선이 겹치지 않았더라도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청을 들어준 사람도 있었으리라.

목요반 반장 이*구 문우님은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나를 픽업하여 주시기도, 한 번은 익산까지 부러 태워다 주시기도 했다. 고마운 마음마음들 덕분에 무려 6년이나 전주 신아문예대학에 적을 둘 수 있었다.

“한 끼 줍시오”라는 예능 프로그램 제목을 보고, “한 번 태워줍시오” 허덕였던 기억이 떠올랐다.

2020년 출판사 근처에서 자차로 통근하는 초등 선생님이 나타났다. 교문에서 출판사까지 약 40분이면 족했다. 놀랍도록 쉬웠다. 그녀 손 안 자유는 품위, 안전, 원샷 기능까지 풀옵션이었다.

오늘도 송천동 동료 신세를 졌다. 집 앞에 주차까지 끝났는데 장애인 콜택시 배차 문자가 오지 않고 있었다. 기다림에 익숙한 나야 어디서라도 대기하면 되었지만 못내 발을 떼지 못하는 동행에게는 미안했다. 배차 확정 문자가 언제나 올지 예측불허였으므로 그의 선의가 더 고마웠다. 마침 근처에 작은 카페가 있어 시원한 초코라떼를 한 잔 대접했다.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자니 10분 후에 차가 도착한다는 알림음이 울렸다. 다행이었다.

또 한 번의 1차시 출석이 허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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