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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들의 모임

by 밀도


강산아, 기쁜 소식 전해.

작년 겨울을 끝으로 폐강됐던 수필 야간 수업이 부활됐다.

문우님 중에 유치원 원장님 계셨잖아.

편백향 가득한 원장실을 우리 글방으로 선 듯 내주신 거 있지.

아이들이 웃고 울고 먹고 뛰노는 "유치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행복감만 해도 감사한데, 첫 모임에서는 글쎄 영양 돌솥밥에 돈가스, 푸짐한 디저트까지 준비해 주신 거야.

덕분에 그리운 교수님을 뵈었어.

살이 많이 빠지셨더라고.

2층 원장실에서 내려오는 계단, 교수님 안내를 받았거든.

팔꿈치를 잡았는데 살집이 너무 없으시더라.

타 시도에서도 교수님 지도받고 싶어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는 문청들이 아직도 있으시대.

스승님 건강을 고려하여 월 2회로 시간을 정했어.

누나의 행복한 외출이 허락된 거야.

쓰고 읽는 사람들의 모임은 유독 따뜻해.

수필을 "고백의 문학"이라고 하잖아.

진심 아니면 쓸 수 없는 글이라서일까?

쓰면서 치유받고, 읽으면서 위로받고….

그럴 수 있어 누나는 수필이 좋은가 봐.

4개월 만에 만난 문우님들이 반가웠어.

정 많은 원장님, 열 명이나 되는 손님을 접대하시느라 분주한 가운데서도 누나 곁에 앉아 반찬 챙겨주신 덕에 저녁 먹는 것도 무난했네.

기꺼이 과제를 받았어.

의무 아니어도 쓸 수 있는 의지면 좋으련만, ‘나’라는 인간이 한정 없이 게으른 것을 너무 잘 아니까.

근사한 글방이 선물 같구나.

누나도 아늑한 북마사지카페 주인장으로 살아봤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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