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숭아꽃이 튤립이 꽃잔디가 마냥 어여쁘더라.
연초록잎들이 파릇파릇 새순을 틔워.
강산이 조그라미 누나 기억나지?
맞아. 그때 그 호텔 사건.
누나 결혼할 때 부케도 받았었잖아.
불같은 성격?
암만. 살아있지.
소심한 누나는 우리 강산이 출입 거부 당할 때마다 싸우기는커녕 큰소리 한 번을 못 내봤는데, 친구는 달라도 너무 달랐던 거야.
사실 누나 그날, ‘사과’라는 걸 처음 받아봤다.
순전히 조그라미 말발 덕이었지.
강산이도 그 저녁, 미스파이터가 멋져 보였니?
누나들은 나란히 40대 중반이 되어 있네.
이제 만나면 서로의 건강부터 체크해.
어제는 글쎄 조그라미 씨가 김치볶음밥이며 한 입 채소들을 예쁜 도시락에 담아 누나를 마중 나온 거야.
수서역 잔디 광장에 앉아서 근사한 점심 피크닉을 즐겼어.
다음 코스는 쇼핑.
옷 취향까지 닮은 우리라서 똑같은 옷을 더러 사게 돼.
출근룩, 행사룩, 동네 마트룩에 도서관 룩까지, 설명도 얼마나 잘해 주나 몰라.
맥없이 허리 사이즈가 늘어도 먹는 데 진심인 누나들은 도저히 이 꿀맛을 포기할 수가 없구나.
두루치기나 삼겹살, 명품 베이글에 커피, 마늘 보쌈 기본 깔고 파전에 막걸리 한 잔 걸치면 움직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지경에 이르거든.
조그라미가 인도하는 대로 한강 뚝방길을 걸었어.
해 질 녘, 한적한 봄을 누나가 가진 거야.
친구 팔꿈치를 잡고 걷다가 손을 놓고 가는데, 너무 편하고 좋더라.
시골 맹인의 코와 귀가 활짝 열렸지.
완벽한 원샷 힐링!
“언제든, 어디든 콜.”을 외치는 내 친구 조그라미가 누나는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구나.
친구의 아이돌 나훈아 할배가 부른 “삶”을 흥얼거려 본다.
“삶이란 인생이란 세상에서 사랑에 목숨 한 번 걸어보고, 울다가 또 울다가 펑 펑 울다가, 아무리 더해 보고 나누어 보아도 그냥 본전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