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를 소재로 드디어 글짓기를 했어.
김동식의 소설 ”컵떡볶이의 비밀‘을 재미지게 읽은 다음 각자 경험을 써보기로 한 거야.
여학생 셋은 평소에도 재잘재잘이니,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글로 옮기면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았어.
전맹 학생은 점자로, 저시력 학생들은 누나가 준비한 노트에 글을 쓰기 시작했지.
그런데, 그 학급에 목소리 없는 청일점이 하나 있잖니.
사실 소리로 존재를 가늠하는 누나로서는 그 학생과 소통하는 것이 쉽지 않아.
학생과 소위 라포를 형성해야 학습 수준도 파악하고, 수업 진행이 매끄러울 수 있거든.
음성 언어를 쓰지 않는 친구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근로지원인을 대동하고 수업에 들어가 필담을 나눠보기도 했어.
타 객체가 서로 소통함에 있어 비언어적인 요소들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강산이는 잘 알 거다
다름 아닌 너랑 내가 그랬으니까.
우리 둘 가감 없이 서로를 알았고 이해했고 소통했잖아.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나에게 갖는 감정과 분위기는 느낌적인 느낌이면 충분하지.
청일점과 친해지는 것도 비슷했어.
먹는 데 진심인 선생님이 먼저 학생들에게 쿨피스를 건넸고, 목소리 없는 친구는 매우 반가운 손짓으로 음료를 받아 달게 마셔버린 거야.
종이를 주긴 했지만 솔직히 청일점이 글을 쓸 줄은 예상 못했어.
근로지원인 눈을 빌려 학생들이 쓴 글을 검사하다가 제대로 깜짝 놀랐지 뭐야.
제법 여러 줄을 썼더라고.
가지런한 문장으로 존재를 증명한 거야.
1교시부터 ‘떡볶이’를 논하니, 아침밥 거르고 등교한 친구들이 군침을 꼴깍꼴깍 삼켰어.
절대 졸 수 없는 극한 상황.
4교시가 끝나고, 누나는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네.
바로 오늘, 우리 학교 급식 메뉴가…
‘떡 떡 떡, 떡 볶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