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가도 꼭 있었어.
심지어 외국인도 형한테 길을 묻더라니까.
신기하다고만 생각했었거든.
왜 사람들은 그 많고 많은 얼굴 중에 하필 이 사람을 지목해서 길을 물을까?
‘문지기처럼 생겼나?
듣자 하니 썩 잘 생긴 얼굴은 아닌 것 같던데.’
오늘사 해답을 찾은 거야.
누나 학교에서 이미지매이킹 특강을 들었는데, 강사가 드는 예시가 딱이더라고.
‘웃는 표정이라서 사람들이 쉽게 길을 물을 수 있었나 보구나. 참 밝은 사람인데….
밖에서는 만면에 웃음꽃인 남자가 왜 집에만 들어오면 짜증, 지적, 트집, 무차별 폭격이신지?’
요즘은 이 게으름뱅이도 신발 정리 신경 써서 했는데….
사춘기 유주는 어머니가 몇 마디 할라치면 날래게 방문을 걸어 잠그고, 갱년기 형은 형대로 폭주시다.
강산이가 저 문 안에 들어앉은 잘난 따님 표정 한 번 봐주지 않을래?
답답할 뿐이로세.
사람 음성에도 온도가 있더라.
귀살이에 코살이 까지 이골이 난 맹인 촉으로는 얼굴 표정 못지않게 목소리가 숨길 수 없는 감정의 ‘배수로’더라는 거지.
용을 써서 귀 쫑긋, 온몸의 촉수를 곤두 세워봐도 비언어 정보는 내게 하등 ‘그림의 떡’이로구나.
‘유주! 예쁘거나 아니거나, 울거나 웃거나, 소리치거나 예의 바르거나…. 만 개의 그 얼굴’
누나의 무조건이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단 ‘하나’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