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해서 메일을 확인하는데 점자도서관에서 제작한 신간 도서 파일이 받음 편지함에 담겨 있는 거야.
반가운 마음에 빛의 속도로 다운을 받았지.
이게 웬 일! 대박!
공선옥 작가의 신간 아니겠어?
남도 사투리 구수한 공 선생님 작품, 누나 완전 팬이잖아.
『선재의 노래』
열네 살 유주도 재미있게 읽을 것 같은, 주인공과 할머니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가슴속 미세먼지 걷어낼 신선한 청량제구나.
책은 언제나 정답 이거든.
유주가 양질의 음식을 섭취했으면 좋겠는데, 그것이 누나 맘처럼 되지 않아 답답해.
영양 야채 가득 넣고 맛나게 만든 아빠표 볶음밥도 할머니표 생선구이도 한사코 싫다 하니, 오늘 아침 메뉴는 생크림 베이비슈를 대령한 거야.
우유 반 컵, 빵 한 개를 겨우 먹였어.
앞머리에 구루포를 만 채 유유히 등교하셨다.
편의점 간식 먹는 낙으로 학원 가는 녀석인데, 그 재미를 모른척할 수도 없고.
단짠단짠 닭꽂치며 컵라면이 뱃속에 들어가면 밥생각이 없어질밖에.
저녁밥을 안 먹겠다 하면 어머니 혈압은 맥없이 끓어오르고….
1초도 배고픔을 견딜 수 없어하는 엄마 피는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꾸물거리기,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기, 대책 없이 퍼주기, 드라마에 영혼 팔기 등등 안 배웠으면 하는 것은 용케도 따라 하시더구먼.
아빠 닮아 수학 좋아하고, 춤 잘 추고, 목소리 크고, 노래도 요리도 잘하는 소녀야.
밥 좀 잘 먹어주면 안 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