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마음
유난히 피곤한 오늘이었네.
누나 불면증 다 나은 줄 알았는데, 어젯밤 잠을 설쳐서였는지 아침부터 몸이 천근만근인 거야.
텀블러까지 깜빡하고 출근하는 바람에 카페인 섭취도 못했다니까.
퇴근하자마자 침대로 직행.
따끈한 온수메트에서 까무룩 잠이 들었어.
강산아, 드디어 오늘 유주가 첫 시험을 마쳤단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므로 소녀는 마냥 기쁠밖에.
어제는 영어, 수학 과목이 끝나서 학원을 안 가시고, 오늘은 과학까지 1차 고사 끝이라서 또 쉬어야겠다는 괘변에 엄마는 그냥 헛웃음이 나올 뿐이로세.
적정선에서 타협을 봤지.
유주가 좋아하는 수학은 하고, 영어는 하루 더 쉬는 방향으로.
“아싸!”를 외치는 유주, 아직은 귀여운 꼬마다.
유주 초등학교에서 독서논술 방과 후를 했었거든.
며칠 전부터 6학년 담임선생님과 독서논술 선생님 보고 싶다며 시험 기간 일찍 끝나는 날에 인사 가겠다고 하더니, 헉 오늘 오후에 정말 다녀온 거 있지.
유주랑 친구 몇 명이 모여서 글쎄 학교를 찾아가 교장실부터 보건실, 위클레스 상담실 돌며 인사를 드렸다는 거야.
1학년 때부터 5학년 때까지 선생님들은 모두 전근 가시고, 가장 최근에 배운 6학년 담임선생님이 유주를 꼭 안아주셨대.
지난겨울, 유주 졸업식에서 처음 대면한 전** 선생님.
“아 유주 어머니세요. 어머니 우리 유주 예쁘게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누나를 꼭 안으며 이렇게 인사하셨거든.
경황없는 졸업식, 유주 담임선생님과의 포옹, 고맙고 따뜻한 기억이야.
‘중학교 교복 입은 제자들 모습이 6학년 담임선생님 눈에는 특히 더 특별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체육선생님이며 방과 후 선생님들도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중학교 형님이 된 제자들에게 간식을 나눠 주셨다네.
업무 하시느라 바쁘셨을 텐데, 불쑥 찾아간 아이들 반갑게 맞아 주신 선생님들께 엄마는 또 감사드릴밖에.
다시 찾아가고 싶은 학교, 보고 싶은 선생님이 참 귀한 시대잖아.
오늘 순수한 소녀들의 모교 방문은 엄마로서도 교사로서도 지켜주고 싶은 예쁜 마음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