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기차마을로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왔어.
우리 학교 만학도들의 표정이 날씨만큼이나 화창했다는구나.
초·중등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놀이기구 원 없이 타고….
열정적인 선생님들 수고에 힘입어 맹학생들 어깨가 펴진 날이야.
누나는 가는 차에서도 오는 차에서도 얼마나 졸았는지….
친절한 근로지원 선생님 도움으로 모처럼 한낮에 산책을 했어.
영산홍이며 붓꽃이 만발이라더라.
장미는 아직인데, 성미 급한 한 송이가 거짓말처럼 활짝 피었더라고.
증기기관차에 앉아 옛날 생각하며 섬진강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도 맛봤어.
가는 길에 심청이 한옥마을이 있다 해서 한바탕 웃었네.
“저기 인당수도 있나?”
“밀도 샘은 빠져도 소용없어.”
“그러게. 아이고 쓸모없는 지고.”
이거 우리식 농담이잖아. 강산이는 알지?
누나 조그라미랑 밥 먹을 때 말이야.
“친구야, 당근 많이 먹어라. 눈에 좋다 아이가.”
시각장애 동료들과 회의하다가 누가 잘 못 들으면,
“어허 큰일일세. 그러다 헬렌켈러 되시는 거 아냐?”
언젠가 형이랑 은행을 갔어.
누나는 창구 앞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형이 누나 명의로 된 통장 관련 업무를 처리했거든.
직원이 본인이 직접 서명해야 한다고 했더니, 1초도 망설임 없이…
“아, 집사람이 글을 몰라요.”
그날, 누나가 형 몇 대 때려줬는데, 너 봤니?
솔직히 누나 취향은 증기기관차보다 레일바이크인데, 뙤약볕에 노동을 택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거야.
‘비둘기호’ 시절을 아는 학생들과의 즐거운 나들이.
그야말로 소풍이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