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밀도 May 13. 2024

노답사피엔스의 고뇌

오후부터 비가 내리고 있어.

오늘은 집에서 제법 거리가 있는 시내 프랜차이즈 수학 학원에 유주 레벨테스트를 다녀왔단다.

할머니 운전하시고, 엄마 스케줄 잡고, 딸 문제 풀고.

동네 친구들 다니는 학원 안 다닌 적 없었고, 영어다 독서다 방문수업이며 교회 토요 프로그램까지 나로서는 최선이었건만, 방법이 잘못됐었을까?

벌써 3년 넘게 다니고 있는 동네 영수 학원에서는 그런대로 수학을 잘하는 축이었거든.

집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아빠랑 수학 전쟁 치른 것이 몇 년이니.

한 시간, 두 시간, 어느 때는 세 시간까지 시침이 가고, 아빠 목소리 높아지고, 바보 엄마 버거운 그 질주 끊지도 못하면서 전전긍긍 혈압 오르고….

학원 원장이 아빠표 수학하고 있다니까 깜짝 놀라더라.

초등 3학년 이후로는 부모가 끼고 가르치는 거 사실 힘든데, 아빠가 수학을 잘하시나 보다고.

어미가 수학 젬병인 데다가 퇴근하면 나도 쉬고 싶은데, 아이라고 다를까 싶어 스트레스 안 주고 싶은 마음뿐이라서.

나도 잔소리가 끔찍하고 노는 게 좋은데 누구라고 집에서까지 시달리고 싶겠냐.

솔직히 누나는 유주 몸도 맘도 자유로운 대한학교 같은 곳에 보내 주고 싶은데, 과감하게 선택하고 실행할 용기도 벳장도 능력도 없는 거지.

생각의 힘을 키우고,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알고 가지는 인생 살았으면 좋겠는데, 당장 나부터 발이 묶여 살고 있으니, 그야말로 내 코가 석자로구나.

갈팡질팡 수동태의 끝판왕, 노답사피엔스 어미여, 네 죄가 크도다.          

매거진의 이전글 청팀 완패일 줄 알았는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