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밀도 May 16. 2024

심청이상 수상자에게 축하를

근로지원인과 출장을 다녀왔어.

매년 5월이면 열리는 ‘가족한마당 심청이상 시상식’.

시각장애인 부모를 둔 자녀들 중 모범 학생을 선발하여 부상과 상장을 수여하는 행사야.

도의회 위원님들이며 교육청 관계자, 장애인 인권 연구소 등 유관기관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심청이상 수상자가 우리 졸업생 자녀일 때도 많더라고.

근데 강산아, 누나는 유주가 심청이처럼 자기를 버려 아버지 눈을 뜨게 하는 선택 따위는 결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넉넉하게 자기 삶을 누리고 즐겼으면 싶거든.

누나 방학 때 EBS 중2 국어 문학의 재구성 단원 공부하다가 발견한 겁나 심박한 시 한 편.

제목은 「배꼽을 위한 연가 5」, 저자는 김승희.     

“인당수에 빠질 수는 없습니다.

어머니, 저는 살아서 시를 짓겠습니다.

공양미 300석을 구하지 못하여

당신이 평생을 어둡더라도

 결코 인당수에 빠지지는 않겠습니다.     

어머니, 저는 여기 남아 책을 보겠습니다.

나비여 나비여,

애벌레가 나비로 날기 위하여

누에고치를 버리는 것이 죄입니까?

하나의 알이 새가 되기 위하여

껍질을 부수는 것이 죄일까요?

그 대신 점자책을 사드리겠습니다.

어머니, 점자 읽는 법도 가르쳐 드리지요….”     

다소 도발적인 느낌이야.

맹인 어미는 이렇게 답하련다.     

딸아, 점자책은 내돈내산으로, 읽는 법은 맹학교에서 배우겠느니라.

인당수, 근처도 가지 말고, 주야로 책을 가까이하거라.

오롯이 네 인생을 살며, 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이 되어라.

건강한 선택, 행복한 몰입이면 충분하나니.


매거진의 이전글 『좀머 씨 이야기』를 읽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