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는 스승의 날에 부처님이 오셨네.
주중에 휴일은 언제나 은혜로워.
유주는 댄스동아리 연습 가고, 모처럼 형이랑 놀았어.
파도 같은 바람 실컷 맞으며 만보를 찍고, 아침저녁 두 끼나 집밥을 지어먹고, 틈틈이 EBS 강의 듣고.
누나는 배우는 시간이 무턱대고 좋아.
그냥 발전하는 느낌이잖아.
그래서 EBS 강의 듣기를 즐겨.
문제는 아주 정직하게 듣기만 한다는 거.
원래 공부하려면 각 잡고 노트 펼치고 책상 앞에 정자세로 앉아하는 것이 마땅하거늘.
나는 오리지널 자세불량.
고3 때도 공부한답시고 침대 길게 누워 배 위에 점자책 올려놓고 있는 꼴을 참느라 내 엄마 고생 좀 하셨거든.
독서도 이불속에서 귀로 하니, 형이랑 유주 눈에는 누나가 침대병 중환자로 보일 수밖에.
엄마가 독서광인데, 자세가 이모양이라서 오해가 크도다.
유주에게 무슨 책을 읽히면 잘했다고 소문이 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