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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May 17. 2024

날 닮은 너


 언젠가 형이 진짜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물은 적이 있어.

“넌 그게 안 궁금하냐?”

친정 식구들과 휴가 일정을 잡을 때 인원은 몇 명이고 방은 몇 개이며 식사는 어떻게, 어디서, 무엇을 먹을 거고 취침 자리 배정 등등….

형은 계획쟁이라서 모든 일정의 타임테이블이 조목조목 눈앞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거든.

누나는 그럴 능력도 없을뿐더러 상황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다 보니, 매번 폭포같이 쏟아지는 그의 질문에 대답할 밑천이 없는 거야.

난 궁금하지 않으니까.

오늘 아침 식탁, 부녀의 대화.

“유주 오늘 체력장 한다고? 팝스가 무슨 뜻이야?”

“몰라.”

“넌 그게 궁금하지 않냐? 분명 준말일 텐데 그거 찾아보면 적어도 영어 단어 세 개는 외울 수 있잖아.”

“어. 그게 왜 궁금해야 되는데?”

‘헉, 100% 아빠 붕어빵인 줄 알았더니… 이건… 왜 하필….’

조용히 임창정 오빠의 노래를 불러본다.

“날 닮은 너를, 부족한 너를, 그저 바라보기에,

후회로 물든 내 지난날을…

나의 과거와 너의 지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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