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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May 29. 2024

그대는 돼지입니다

강산아, 오늘로 유주가 열혈 시청하던 드라마 『선재 엎고 튀어』가 종영됐어.

딸이 좋다고 하니 엄마도 아빠도 이클립스 그러니까 극 중 선재가 부른 OST “소나기”를 흥얼거리게 되는 거야.

아빠 휴대폰 컬러링은 물론 아침저녁으로 우리 집 거실에 꽉 차는 배우 변우석 목소리.

 누나 퇴근하자마자 생식 하나 먹고 타 지역 맹학교 선생님과 통화하며 업무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야.

시도 교육청마다 특수학교 지원 상황이 다르다 보니 예산 집행은 물론 임상실 운영 방법, 서류 관리 처리, 학생 모집이나 학습중심현장실습 등등 얘깃거리가 무궁무진하거든.

누나보다 경력 많은 선배 교사들 무용담 듣고 있으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른다니까.

웃다가 놀라다가 감탄하면서 통화에 여념이 없는데, 유주가 귀가를 한 거야.

“It's me.”

7시가 넘은 시각. 

할머니집에서 저녁밥을 먹고 왔어야 할 아이가 들어오자마자 부엌에서 뚜닥뚜닥 무언가를 만드는 것 같더라고.

이내 짜장라면 냄새가 온 집안을 채웠어.

궁금했지만 입으로는 통화를 이어가며 손으로는 유주가 좋아하는 오이를 하나 깎아 대령했지.

“너 할머니 집 안 간 거야? 밥 안 먹었어?”

“갔다 왔는데. 할머니가 갈치 튀겨 주셨어.”

“그런데 지금 자장라면을 또 먹는 거야? 아이고 이 돼지야!”

“왜. 엄마가 밥 먹으면 라면 먹어도 된다고 그랬잖아.”

“오늘 밥양이 적었어?”

“아니, 한 그릇 다 먹었는데.”

“그래그래. 많이 먹어라.”

 설거지하는데 노래가 절로 나오더라.

“그대는 선물입니다. 하늘이 내려준 홀로 선 세상 속에 그대 지켜줄게요.

어느 날 문득 소나기처럼 내릴 그대지만 오늘도 불러봅니다. 내겐 소중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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