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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May 30. 2024

유주는 노래한다

오후 5시 30분, 형은 출근, 나는 퇴근을 했어.

귀가하자마자 또 잠이 들었네.

아무래도 안마 실습이 힘쓰는 일이다 보니 몸이 지치나 봐.

8시가 넘어 유주가 집에 들어와서야 느릿느릿 이불 밖으로 나왔어.

우리 돼지 오늘은 아무것도 안 먹고 노래만 딥다 불러대더라.

레퍼토리가 다양하신데 주로 걸그룹 노래를 부르거든.

근데 오늘은 웬 교가를….

유주가 있어야 집안에 활기가 돌아.

뭘 그리 꾸물거리는지 샤워하러 들어가는 데만 한오백년이다.

언젠가 ‘유 퀴즈’란 예능 프로그램에 꾸물거림을 연구한 연대 교수님이 출연하셨더라고.

너무 웃기기도 하고 격하게 공감이 되기도 해서 오래 기억나는 심리학자야.

 나도 어지간히 꾸물거리는 노답사피엔스잖아.

고쳐야지 하는데도 사실 그게 맘처럼 잘 안 돼.

어머니가 꾸물거림의 대가인데, 누구를 탓하겠느뇨.

 요 며칠 몸이 너무 피곤해서 통 운동을 안 했더니, 기분이 영 우중충한 거야.

1학년 3반 바른생활부장님 기운 빌려 모처럼 훌라후프를 꺼냈지.

이것이 또 만보기 속이는 재미가 있거든.

바지 주머니에 휴대폰 넣고 훌라후프를 돌리기 시작하면 만보기 카운터에 불이 붙어요.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도록 오른쪽왼쪽 정신없이 돌렸건만, 고작….

며칠 소식하고 체중계 올라가 수치 확인했을 때 딱 그 기분.

‘이래서 내가 숫자를 싫어하는 거라고. 에누리 없지, 매정하지, 야박하지’

구시렁거려 본들, 강산아 수는 거짓말을 안 하잖아.

누나 의지가 그만큼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 부리는 폐악이라는 걸 나는 너무 잘 아는 거야.

번번이 도망치고 미루고 외면하고 후회하는 불쌍한 중생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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