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1 2015년 일본 시골마을

기후 다카야마 히라유노모리 여관

1%의 이성과 99%의 근자감으로 신주쿠로 이동했다.

신주쿠로 이동을 하고 나니 배가 고파졌다. 그리고 목도 탄다. 편의점에 들를까 했지만 밥집에 가면 물도 마실 것이기 때문에 참고 눈에 보이는 식당이라 써져 있는 가게에 들어갔다. 부엌을 바로 바라볼 수 있는 바테이블에 앉았고, 주문을 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부다 남자들이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고 그중 한 사람이 말한다. '스미마셍'


'저기요' 같은 느낌으로 부르는 가보다. 해서 나도 불러본다. '스.. 스미마셍!' 왜 이 한마디에 화끈거리는지.

얼굴이 붉어졌고 배는 고파왔다. 가까스로 주문을 마친 후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첫 끼니였다.

첫 끼니를 해결한 생선구이의 스미마셍의 식당.


이날은 가까스로 다 해냈다. 가까스로 다 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체력 덕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큰 캐리어 가방 두 개와 백팩, 보조가방의 무게를 감내하고 다닐 수 있는 건강한 몸이 감사했다. 그다음 날 앓아눕고 싶었지만 도야마 공항에 가기 전에 며칠간의 짧은 시간 동안 도쿄를 여행하고 싶었다. 부푼 기대를 안고 어디를 갈까 검색을 하던 찰나, 나의 아늑한 도미토리 침대 창문 너머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강코쿠징까!! 오마에노 쿠니니 카에레!"

'한국인이냐 너네들 나라로 돌아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몸이 바짝 긴장되어 왔다. 헤이트 스피치를 한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한인타운 신오쿠보까지 와서 이렇게 밤중에 소리칠 줄은 몰랐다. 당장이라도 머무는 숙소에 들어와서 우리들에게 해를 입히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느끼며 서서히 잠에 빠져 들었다.


이튿날, 어제의 일은 잠시의 소란이었을까. 무사히 일어났음에 감사하고 나갈 채비를 갖췄다. 키치쵸지 공원을 산책했다. 사람과 애완동물의 수가 비등비등하게 많다. 개들은 한국개들과 달리 점잖았다. 강아지들이 많지만 짖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길거리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 보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예술인들이 더 많았다. 작은 극장을 만들어서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구연동화를 연출하는 사람들이다. 같은 공원지만 너무나도 다름에 모든 것들이 새롭게 느껴졌다. 도파민을 수치화한다면 100프로의 만족감이 들었다. 무엇하나 즐겁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D-654일이 너무나 기대되었다.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 아기 시바견은 산책을 가기 싫은 모양이다.


한창 봄이 시작될 무렵 2015 3월 일본의 이노카시라 키치쵸지 공원에서 봄을 느꼈다.

일본에서의 한 살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도쿄에서의 설렘을 안고 기후 다카야마로 향하기 위해서는 도야마 공항으로 비행기를 타야 했다.

공항으로 여관의 관계자가 마중을 나오기로 해주었다. 만약에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도 있었다. 차량들이 기다리는 곳에는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여관에서 나온 관계자 분과 서툰 일본어로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는 곧 정적이 되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자유롭지 않은 일본어는 썰렁한 분위기로 우려냈다. 잘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또) 가까스로 통한 대화 덕분에 기후 구약소에 들려서 워킹홀리데이로 거주할 주소지와 등록증을 제출했고 또다시 히다 다카야마로 향했다. 산을 많이 올랐다고 생각했는데도 자꾸만 산으로 들어갔다. 2시간 동안의 편도 운전은 내가 심상치 않게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는 것임을 암시했다. 올라갈수록 귀도 먹먹해지고 벚꽃으로 시작되는 도심과는 달리 눈꽃이 무성했다.


히라유노모리(飛騨高山 ひらゆの森)는 기후현 다카야마 시의 히다 지역에 위치하고, 일본의 알프스 산맥 중 하나인 히다 산맥(飛騨山脈) 근처에 있어서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 그중에서도 *카미코치(上高地)는 기후현에 위치한 아름다운 자연 관광지로, 특히 북알프스(北アルプス)의 일부인 호쿠리쿠(北陸) 지역에 속하는 지역이다. 이곳은 산악 관광지로 유명하며, 하이킹, 트레킹, 자연경관 감상 등을 즐기기에 이상적인 장소다.


히라유노모리에서는 트레킹을 목적으로 온 여행객들이 묵을 숙소로 조식과, 석식을 서빙하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 동구리(도토리)라고 하는 식당이었다. 근무시간은 아침 5시 -9시 반까지 일을 하고 저녁에 다시 6시부터 9시까지 일을 하는 파트타임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급은 980엔. 한 달에 약 18만 엔에서 20만 엔 사이로 돈을 받았다. 급여는 테와타시(手渡し)현금을 직접 건네받는 형식이었다. 그중에서 1만 엔은 밥을 제공받아 제외되었다. 방은 혼자만 다른 곳이었는데 이전에 계셨던 분이 퇴사를 하시면서 고용인중에 가장 큰 방을 쓰게 되었다. 짐을 풀고서 여관을 둘러보았다.

숙박을 하는 형태를 스미코미라고 한다

아래의 지도를 보시다시피 여관 중에서도 넓은 편이라고 한다. 야외의 노천탕까지 합해서 넓은 크기의 온천. 들어가자마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생각이 났다. 넓은 장소가 내 집이 된듯한 들뜸이 일었다. '이렇게 큰 여관이 내 집이 된다니!' 안내를 들으며 손님들과 같은 시간대에 사용하면 안 될 시간과 고용인들의 식당위치, 앞으로 일하게 될 식당 위치, 스키장 이용방법 등을 알려주었다. 스키는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는데 이번기회에 타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맘에 든 곳은 가시키리후로인데 빌려 쓰는 목욕탕으로 가족탕 같은 개념이다. 가족끼리 들어가는 것을 몇 번 보았는데 신기했다. 다 큰 성인 아들딸도 같이 목욕을 할 수 있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물은 거의 40도가 넘는 듯했다. 너무나 뜨거워서 처음에는 발을 못 담가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들어갔다.


온천탕에 오면 로망이 있었다. 위험하지만 이런 온천물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이다. 자판기 맥주를 한 캔 뽑아 눈 쌓인 풍경을 보며 한 캔 비우고 벌게진 얼굴로 방으로 돌아와 잠이 들었다. 여기서 지낸 시간이 내 인생에 가장 피부가 좋았던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운 기후 히다 다카야마의 히라유노모리 풍경이다.

하루 만에 쌓인 눈이다. 차 위의 초밥이 된 눈을 보라. 울타리 옆의 1미터 이상 쌓여 눈의 장벽. 제설설비가 밤중에도 열일을 하여 길이 막히는 일 없이 원활한 교통이 가능했다. 여관으로 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서이다. 아직 계절은 4월이었고 운이 좋으면 눈이 내리는 하늘아래 노천욕을 즐길 수 있었다. 이러다가 곰이 나타나면 어떻게 하지. 걱정도 들었지만 나타나진 않았다.


일본 온천에 대해 알게 된 것들.

* 실내는 한국식 목욕탕이랑 흡사하고 노천탕도 못지않게 넓다.

* 들어가기 전 카운터에서 문신이 있는지 물어본다.

* 남녀 혼탕인 곳이 별로 없다.

* 수건으로 몸을 감싸는 것은 촬영 때문으로 실제로는 금지이다.

* 온천탕의 하얗게 떠다니는 것들은 때가 아니라 "유노하나"라고 하는 온천성분이다.

* 개인욕실(카시키리후로)에는 가족단위로 들어갈 수 있다.

* 히가에리(당일이용)는 숙박이 아닌 목욕탕 이용권으로, 온천욕을 500엔에 즐길 수 있다.

* 조식, 석식도 가능하며 술을 먹을 수 있는 이자카야도 여관 내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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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끝내고 맥주 자판기와, 아이스크림 자판기는 매일의 행복이었다.

몸무게를 재는데 고기 근을 재는 커다란 체중계도 신기했었고, 마유크림, 옷을 벗을 때 락카가 아닌 바구니에 담아서 보관하는 것, 목욕탕의 의자가 높아서 쭈그리고 앉지 않아도 되는 점. 모든 게 신기했다. 알아보고 왔으면 좋았을 테지만 모든 것이 바로 눈앞에서 깨달음을 주는 이색문화는 신선했다.

그리고 내가 일하게 된 동구리의 식당의 이야기이다.

석식차림이다. 접시의 위치, 당근과 죽순의 위치.. 예를 들면 손잡이 부분은 왼쪽으로 놓고, 화로의 모양은 가로로 하고 떡접시의 꽃모양이 오보의 모서리에 오게 하고, 튀김을 올려놓는 방법도 달랐다.

이런 세세함을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이런 디테일 함이 손님들에게 전해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석식에 준비되는 고기는 히다규로 일본의 3대 와규중 하나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기름이 일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의 입맛에 맞지 않아서 고생을 많이 했다.

고용인들 식사를 히다규 기름을 활용하여 만들었는데 이유를 몰라서 매일밤 화장실을 오가며 고생을 했다. 나중에는 원인이 소고기 기름에 있다는 것을 알고 밥을 먹지 않겠다고 했다. 먹을 것이 없어서 밥과 낫토만 먹었는데 이때 낫토와 많이 친해지게 되었다.


조식 차림의 메인은 연어와 온센다마고이다. 아침마다 온천에 담가놓은 달걀을 가지러 산을 올랐다. 일본은 달걀이 흰색이다. 이제는 하다못해 달걀을 보고도 신기해하다니. 힘들지만 하루하루가 재밌다.

스크린샷 2025-03-07 오후 3.36.30.png 옹골찬 하루하루가 쌓인 급여봉투

휴일은 스키장에 가보았다. 혼자가 기는 용기가 나지 않아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대만에서 워킹홀리데이를 온 손 군과 함께 했다. 손 군은 홋카이도에서 스키 타러 몇 번 다녀보았다고 한다. 처음으로 스키를 탔는데 신나면서도 두려웠다. 결과는 처참했다. 멈추지 못해서 꽈당 넘어지며 멈추길 두어 번. 이러다가 죽은 채로 한국에 돌아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 이후로는 타러 가지 않았다. 대신 가미코치에 등산을 하기로 맘먹었다.


2015년. 히라유노모리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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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의 남자애가 손 군이다. 대만에서 온 워킹홀러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는 못했다. (둘 다 일본어를 잘 못했지만 그나마 일본어로 소통을 나눴다.)

4개월의 시간 동안 일본어가 늘었는지 되돌아 생각해 보면 하에서 중하정도로 올랐을 것이다.

대화하다가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얼버무렸던 것이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친절히 알려주어 감을 잡았다. 한국어로 치면 말끝을 흐린 것이 완성형의 문장으로 말을 할 수는 있게 된 것으로 아직은 어색했다. 외국어를 빠르게 습득을 하는 데 있어서 친구를 사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빠르게 넘어가는 감이 있다. 그러나 중간에 오사카, 나고야를 갔던 이야기를 넣자면 워킹홀리데이의 글이 조금 흐려질 것 같아 나중에 기회 되면 써볼 것이다. 다음 편은 간단하게 가미코치, 후루이 마치, 시라카와고에 대해 글을 쓰고, 가장 짧았던 호텔의 뷔페 아르바이트인 두 번째 지역 시즈오카로 넘어가 보려고 한다.


시즈오카 해변가의 뉴오카베 호텔.

8월의 여름. 더위로 인한 사망 뉴스.

거짓이 아니었다.



많은 이야기를 함축해서 이야기하려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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