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난 매일 꿈을 꾸는 편이다. 그것도 독특하고 기괴한 꿈. 내가 탄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끝도 모르게 추락하거나, 하늘을 훨훨 나는 꿈, 학창 시절 친구들이 우르르 나오는 꿈, 중간고사를 보는 꿈, 물에 관련된 꿈(수영하거나 샤워하거나 욕조 물이 넘치거나), 열어도 열어도 열리지 않는 문이 나오는 꿈, 전‧현직 대통령들이 총출동하는 꿈, 총에 맞거나 칼에 베이는 꿈, 연예인과 사랑에 빠지는 꿈, 호랑이‧뱀‧새 등 동물이 나오는 꿈 등
다양하다. 반복해서 꾸다 보니 꿈에서 깨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워낙 독특한 꿈을 꾼 탓일까. 잠꼬대도 자주 한다. 갑자기 ‘아아아악’ 하고 비명을 지르는가 하면, 욕도 내뱉는다. 꿈꾸다가 신랑한테 ‘이새끼’, ‘18’, '아이씨'라고 한 적도 많다(남편에게 이 얘기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통쾌하다^^). 어떤 꿈을 꿨는지 모르겠지만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네네 가능합니다”라고 하기도 했단다.
내 잠꼬대를 목격하고 꿈 얘기를 들은 남편은 내가 꾼 꿈을 글로 기록해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하도 특이한 꿈이라 기록한 걸 나중에 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늦었지만 내 꿈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기록이 길지도 상세하지도 않다. 여러 꿈이 뒤섞여 있고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록한다. 내 무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2023년 5월 어느 날(정확한 날짜 기억나지 않음): 차병원 유격훈련
시험관 시술을 결심하고 얼마 안 지나 꾼 꿈이다.
시험관 시술을 하려 처음 차병원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차병원은 어느 깊은, 안개가 잔뜩 낀 숲 속에 있었다. 나무가 우거져서 병원까지 가는 게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다. 잠시 후 어떤 교관이 나타나서 병원까지 가려면 유격 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진짜 사나이’ 같은 훈련 말이다. 나이 마흔에 유격훈련이라니... 속으로 쌍욕 했다.
그래도 목표가 있으니 가야 했다. 눈앞엔 밧줄과 물웅덩이가 보였다. 난 밧줄에 매달려 물웅덩이를 가까스로 넘었고 포복 자세로 숲을 기어갔다(다행히 외나무다리 건너기나 화생방 훈련은 없었다). 이후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리고 달려서 차병원을 향해 갔다. 그러던 중, 갑자기 다섯 살 조카(여동생 딸) 윤서의 전화가 왔다.
“이모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난 바로 대답했다.
“안 돼.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냐.”
윤서의 부탁을 단 번에 거절한 건 처음이었다. 조카 껌딱지인 난 윤서의 부탁을 거절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꿈속 상황이 유격훈련이었던지라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꿈에서 깨보니 올해 다섯 살인 윤서가 꿈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참 신기하다고 느꼈다. 울 윤서가 이모를 걱정하는 느낌이 들었다.
윤서와의 전화를 끊고 힘겹게 차병원에 도착했다. 건물마다 의사 선생님의 이름이 크게 적힌 팻말이 꽂혀 있었다. 내 담당 선생님의 이름을 찾느라 이리저리 헤매다 가까스로 병원에 들어갔고 그곳엔 사람들이 많았다(실제로 내가 간 서울역차병원은 대기를 2-3시간 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다). 이후 기억나지 않는다.
꿈에서 깨고 출근하는 남편과 동생에게 톡으로 꿈 얘기를 했더니 돌아온 답은 "ㅋㅋㅋㅋㅋ", "정말 특이하다", "미치겠다"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뵙는 심리 상담 선생님께도 꿈 얘기를 하니 '깔깔깔' 웃으셨다. 처음 듣는 꿈 얘기란다^^ 심리 상담을 석 달째 받았는데 선생님이 왜 이제야 꿈 얘기를 했냐고, 꿈이 심리를 분석하는 데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차병원에 가고자 하는 내 열망이 꿈에 담긴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이렇게 위로해 주셨다.
"oo 씨는 크게 될 사람인 것 같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