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유리 Jul 12. 2024

내면의 나와 대화하는 시간

내 안의 희미한 목소리를 찾아서.

마음이 힘든 날 그 누구의 조언도, 대화도, 만남도 위로가 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 한줄기 빛과 희망이 되어준 건 책 한 권이었다. 좌절의 순간 책을 통해 위로받고, 동기부여를 얻고, 성장할 수 있었다. 당장의 성공가도를 달릴 수 없는 상황에서도 다시금 꿈을 꿀 수 있는 용기,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을 얻곤 했다. 나만의 고민을 비밀 친구와 이야기하는 느낌이랄까. 잠시 햇살이 따사로이 내리쬐는 오후, 카페에서 책을 읽는 시간을 떠올려보자. 이 시간은 나에게 행복과 평온함, 여유로움을 선사하는 시간이다.



성찰하는 시간


에픽테토스는 <담화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기 자신을 돌보고, 자신의 내면을 향상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책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영혼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고,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우리는 책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철학서는 우리에게 삶에 대한 지혜를 가르쳐주며, 자서전은 성공한 주인공의 역경과 성장스토리를 통해 나의 삶을 돌아보고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해준다. 소설을 통해 인간 경험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얻을 수 있으며, 심리학이나 인문학 도서를 통해 인간의 다양한 측면을 다각도로 이해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은 우리에게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과 시각을 발견할 수도 있고, 놓쳤던 나의 열망을 발견하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미처 몰랐던 정보를 알게 될 수도, 미래를 미리 예측해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책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보물창고이자 지혜의 보고로 표현되곤 한다. 이는 우리의 참고 경험을 넓혀가는 일이다. 우리는 한 권의 책을 통해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된다. 저자를 통해 새로운 세계가 만나 하나가 될 때도 있지만 너무 강하게 부딪쳐 지식의 충돌이 생길 때도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며 기존과는 다른 곳으로 나를 데려다주기도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면의 궁금증을 해결해 가는 여정을 떠나보자.


나는 평소 꽂히는 주제가 생기면 그 주제와 관련된 책들을 전체적으로 훑어보곤 한다. 그중 눈에 띄는 3~4권을 골라서 한 번에 읽어나가며 생각들을 정리하곤 한다. 스토아 철학, 뇌과학, 미니멀리즘, 디지털 단식, 요가, 명상, 여행, 논문 등 실용서와 비실용서를 넘나드며 어떤 주제든 그 당시에 꽂히는 주제는 무엇이든 찾아보고 초기 정보를 탐색한다. 책은 우리에게 어떠한 꾸중이나 나무람 없이 베풀어준다. 아무런 판단이나 편견 없이 때론 위로해 주고, 때론 정신 차리라며 야단을 치기도 한다. 세상에 필요한 지식은 이미 모두 나와있다. 우리가 할 것은 그 속에서 나에게 필요한 내용과 생각들을 골라내는 것이 아닐까.



인생을 바꾸는 건 수천 권의 책, 수천 시간의 노력이 아니다.
한 권의 책, 한 마디의 말, 한 줄의 문장이다.
그 ‘하나'를 얻기 위해 수천 권의 책을 수천 시간의 노력을 들여 읽는 것이다.
- 팀 패리스



마음 챙김 독서


마음 챙김(Mindful)이란 현재 순간에 완전히 몰입하여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상태를 말한다. 틱낫한 스님은 마음 챙김은 단순히 명상 중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모든 순간에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책 <틱낫한 명상>에 독서는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현재 순간에 완전히 몰입하는 행위로 전환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우리는 책을 통해서도 마음 챙김을 연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저자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현재 순간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다른 생각이나 걱정으로부터 벗어나 현재에 더 깊이 몰입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삶의 모든 순간을 더 깊이 느끼고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도록 연습하게 된다.


책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우리는 저자나 주인공을 통해 평소 상상하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며 공감하기도, 때론 분노하기도 하며 복합적인 감정을 겪으며 혼란스러워한다. 때론 잊고 있었던 우리의 과거 경험을 떠올리도록 하고, 우리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부합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을 보인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어떤 생각에 동의를 하는지, 동의할 수 없는지,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신호를 발견할 수 있다. 나의 내면에 어떤 마음이 있었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고, 이를 통해 내면을 치유하며 회복할 수 있다.


길이 없는 것 같고, 도저히 할 수 있는 게 보이지 않을 때, 혹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를 때, 나는 에세이를 읽으며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감각을 회복하며 위로를 받곤 한다. 상황에 빠져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나의 세상에 갇히는 생각들만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 길이 막힌 것 같고 갑자기 세상에 혼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 이럴 때 내가 현재 고민하고 있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의 상황, 나의 감정과 생각들은 모든 인간이 겪는 보편적인 경험임을 다시금 깨달으며 현실로 깨어나게 도와준다. 고립이 아닌 연결로 우리를 데려올 수 있다. 나의 상처에서 모두의 상처를 보기 시작한다. 자기 이해와 함께 스스로에게 자기 연민의 마음을 보내보면 어떨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행위이다.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며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그 의도와 해석을 고민하며 상호작용을 해나가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이다. 이를 통해 우리의 내면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고,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접하고, 타인의 경험에 공감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이러한 훈련은 우리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감각도 더 섬세하게 다듬어가는 과정일 것이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생각을 듣고, 나의 생각을 들으며 생각이 다른 곳으로 간 것을 인식하면 다시 현재로 돌아오자. 책을 만지고 있는 촉감에 주의를 기울이고, 책을 넘기는 손끝의 감각, 책내음, 주변의 향기에 주의를 기울여보자. 혹은 손에 느껴지는 두께감을 느끼며 자신이 어디쯤 읽어왔는지를 가늠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종이책이 주는 물리적인 실체를 느끼는 것이 퍽 재밌는 여행이 되기를. 현재의 감각을 되찾고 다시 저자의 이야기에 주의 기울이며 책에 흠뻑 빠져보자. 


책을 천천히, 그리고 깊이 읽으세요.
마치 그것이 당신이 가진 유일한 책인 것처럼요.
그 책의 모든 페이지를 진정으로 맛보세요.
-틱낫한




이전화 다시 보기 > 문득 찾아오는 일상의 행복.

다음화 이어 보기 > 몸과 마음이 산책하는 시간.


이전 10화 나만의 보물을 찾는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