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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소소 Jul 19. 2024

오아시스에서는 쉬어가자

몸과 마음이 산책하는 시간

나는 늘 쉬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었다. 나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 발전하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생각들이 나를 지배했다. 나의 20대는 내가 꿈꾸는 이상과 현실이 너무나 달랐다. 물론 그래서 이상이었겠지만. 그 괴리 속에서 나는 하루하루 지쳐갔다. 하지만 그 이상에 닿고 싶었고, 그래서 많은 날들을 참으며 마땅히 견뎌내야 할 인생의 무게라 생각했다. 늘 해야만 하는 과제들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그래서 쉰다는 것은 나에게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지쳤을 때, 잠시 예능이나 영화를 보며 술 한잔을 기울이며 쉬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그렇게 쉬는 시간조차 머릿속은 다음 해야 할 것으로 늘 분주했니 온전히 쉬지 못했다.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찝찝함, 피곤함이 늘 함께했으니 결코 좋은 쉼이 아니었다.



의도적인 쉼


우리는 이미 쉼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우리의 쉬는 시간은 뒷전이 되기 마련이다. 잠깐의 휴식, 낮잠, 수면시간은 계속 소홀해진다. 나에겐 일로 시작해 일로 마무리하는 일과가 그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일만 하며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후부터 나의 회복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을 맡고, 감당할 수 있는 약속을 잡으려 노력한다. 물론 그러한 규칙을 깰 때도, 친구들과의 만남과 재밌는 일들에 유혹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나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나만의 리듬을 찾으며 회복해 나간다.


하지만 일상에서 오아시스모먼트를 찾기란 여간 쉽지가 않다. 처음의 의지와는 다르게 쉼의 시간은 계속 밀리기 마련이다. 우리가 일하는 시간을 정해놓고 일을 하듯이 쉬는 일 또한 시간을 따로 떼어놓아야 한다. 휴식이 왜 필요한지,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지, 쉼이 나에게 어떠한 이득이 되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이해시키지 않으면 한 두 번의 활동으로 끝날 수 있다. 처음에는 그것만으로 충분할 수도 있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계속되고, 나를 위한 시간이 없다고 느껴지는 한계에 도달했을 때는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게 그렇지만 예방이 제일 좋은 선택지라는 것을 잊지 말자.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주장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적인 수준이 되려면 1만 시간을 연습해야 한다는 법칙이다. 하지만 <일만 하지 않습니다>에서 알렉스 수정 김 방은 그의 바탕이 되었던 에릭손과 그의 동료들의 연구에는 대다수 사람들이 간과했던 내용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주목한 것은 ‘의도적인 연습'이었다. 의도적인 연습은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에 노력을 기울이는 행위다. 연습량이 너무 적으면 그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연습이 지나치면 부상을 입는다든지, 정신적으로 무너진다든지, 몸과 마음이 완전히 소진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서 이야기한다. “의도적인 휴식은 의도적인 연습의 동반자라고.”


우리의 목표는 쉼을 통해 일상 속 에너지를 회복하고, 다시금 일상을 힘차게 살아가는 것이다. 잠시 쉰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휴식을 통해 우리의 주의력은 다시금 회복되고, 집중할 힘이 생긴다. 우리는 더 멀리 가기 위해 잘 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휴식을 취하고, 일상으로 돌아가 일을 하는 것이 마치 하나처럼 리듬을 만들어나가자. 사막에서는 바퀴에 바람을 빼야 모래에 빠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늪에서 빠져나가려면 표면적을 최대한 넓혀 하중을 줄여야 한다. 풍선에 바람을 빼듯, 우리의 경직한 자세에 바람을 빼고, 닫힌 마음에 바람을 빼고, 과거의 상념에 바람을 빼고, 미래의 불안으로부터 바람을 빼고 현재로 돌아오는 연습을 하자.


당신은 앞으로도 오아시스모먼트 시간을 가지려고 할 때마다 저항감을 느낄 것이다. 여전히 할 일이 남아있고, 일을 하고 싶고, 쉬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더 강력하게 쉬어야만 하는 이유를 상기하자. 현재의 생활이 마음에 든다면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 하지만 매번 일하면서 녹초가 되고, 일상에 활력이 없고, 매사에 활기가 없다면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상기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몸과 마음이 산책하는 시간


유레카(Eureka), 아하모먼트(A-ha moment), 세런디피티(Serendipity)라는 우연의 마법과 관련한 용어들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흔히 영감, 직감, 통찰, 창의성의 비밀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단어들이다. 이런 순간들은 특히 뇌가 편안한 상태, 휴식의 시간, 멍 때리는 시간에 나타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의 뇌는 휴식을 취하며 무언가를 하지 않을 때도 계속 활동하고 있다. 현대 과학은 우리가 특정한 자극에 집중하지 않을 때도 활성화되는 부위를 찾았는데 이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 Default Mode Network)'라 부른다. DMN은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계획하며, 자기 성찰을 통해 마음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내적 탐색과 정신적 균형을 유지하고, 휴식을 통한 재충전을 한다. 하지만 때로 DMN이 과활성화되면 과도한 반추나 걱정, 불안, 우울을 유발할 수 있고 이는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피로감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휴식을 통해 DMN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에서 울리히 슈나벨은 외부에서 아무런 자극이 주어지지 않았음에도 돌연 좋은 생각이 번쩍 하고 떠오르는 것은 두뇌가 저장해 둔 내면의 지식이라는 엄청난 보물을 되찾아 내놓는다고 설명한다. 매주 대청소를 해줘야 하는 것처럼, 두뇌의 깔끔한 작동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뮌헨대학교 교수이자 신경생리학자인 볼프 징거(Wolf singer)는 두뇌는 저 혼자서 기막힐 정도로 잘 논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두뇌가 자기 안으로 산책하도록 내버려 두는 게 상책이다.”두뇌는 자신 안에서 산책을 하며 그 안을 깔끔하게 정리할 뿐만 아니라, 신경세포 사이의 신선한 결합을 하기도, 새로운 맥락을 부여하기도 한다. 기대하지 않았던 영감이 번뜩이게 되는 원리라고 설명한다.


반면 명상을 통해 우리는 DMN을 비활성화시킬 수 있다. DMN이 과활성화가 되면 지나친 자기 비난이나 불안을 유발하는 자기 참조 과정이 과해질 수 있다. 집중명상을 통해 DMN의 과도한 활동을 억제하고, 마음 챙김 명상을 통해 DMN의 활동을 더 유연하게 조절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DMN의 상태에서 우리의 뇌는 과거와 미래를 자유롭게 탐색하는데 우리가 생각에 휩쓸리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부정적인 생각에 침잠하게 되기도 한다. 평상시 명상을 통해 단련한 사람은 알아차림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균형을 맞추고 마음이 평화로운 상태로 돌아올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내적인 힘을 기를 수 있다. 상황과 생각과 감정을 나와 일치하는 시선을 거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틈을 우리에게 마련해 준다.


즉, 우리에겐 휴식과 명상이 모두 필요하다. 일상 속에서 휴식과 명상을 균형 있게 실천한다면 우리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평화롭고 나에게 편안한 웰빙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컨디션이 좋을 땐 휴식을 취하며 아이디어들이 자유로이 산책하도록 두면 된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이 과거의 사건에 사로잡혀 있거나, 미래의 사건에 빠져 우울함이나 두려움, 고통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면 명상을 통해 우리의 감정을 해소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리에겐 몸과 마음이 산책하는, 영혼이 자유로이 떠다닐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간은 우리의 내면을 탐구하고, 정신적 피로를 회복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이번화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봐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든 분들께 마음의 평온과 행복이 늘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앞으로도 저만의 오아시스를 계속 찾으며 얻은 깨달음들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


모든 분들이 자신만의 오아시스를 찾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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