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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소소 Jun 28. 2024

나만의 보물을 찾는 시간

문득 찾아오는 일상의 행복

성과보단 방향이 중요하다지만 그래도 성장하고 있다는, 잘 가고 있다는 느낌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럴 때 기록은 무엇보다 큰 힘이 되어준다. 지금 뭔가가 풀리지 않아 고민이 될 때, 내가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했었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도 있다. 또는 꽤 먼 과거가 되었지만 어릴 적의 내가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비밀스럽게 찾아볼 수도 있다. 우리의 기억은 종종 퇴색되고, 각색되지만 그 당시의 기록은 그대로 그 자리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기록해두지 않으면 그때의 사건들은 기억 속에서 조금씩 사라지고, 잊히기 마련이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미래의 내가 다시 꺼내보고 싶은 기억이 있다면 기록으로 남겨보자.



시간의 확장


평일과 주말이 반복되듯, 나의 일상도 비슷하게 흘러갔다. 분명히 바쁘게 지낸 것 같은데 돌아보면 한 게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면 허무함에 휩싸였다. 그럴 때면 오늘 하루를 돌아보고 기록하곤 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지 말이다. 기록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잠시 멈추어 지금 내가 무엇을 했는지, 오늘 하루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준다. 계속 다음 목표를 향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잠시 멈춰 내가 지금 잡아두고 싶은 시간은 무엇인지, 기억하고 싶은 시간은 무엇인지를 선별하여 남기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러한 것들이 습관이 되자 정신없는 일상과 ‘오늘은 한 게 없어’라는 하강의 기운에서 ‘오늘은 어떤 걸 했네, 그래도 한 걸음 시작했네’라는 상승의 기운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게 기록을 하면서 나는 조금씩 일상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기록하는 행위는 보이지 않는 시간을 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오늘이 중요하다는 말을 수없이 듣지만 속으로 ‘내일 또 하루가 시작된다고’ 생각하며 별 일이 아닌 듯 웃어버리며 넘기곤 한다. 어찌 됐든 내일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에게 찾아오니까. 일하는 시간의 경우, 세부적인 일의 업무는 다르겠지만 대게 우리는 '오늘도 일하며 하루를 보냈어'라고 얘기하곤 한다. 일하는 시간이 우리에겐 더 이상 새롭거나 흥밋거리가 아니듯, 길고 지루했던 시간이 한 문장으로 압축되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적이지 않는 특별한 사건들을 더 많이 기억하곤 한다. 일상적인 것과는 다른, 비일상적인 경험들을 더 잘 기억한다. 우리는 왜 어떤 일은 기억하고, 어떤 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시간 관리 전문가 로라 벤더캠은 <시간 전쟁>에서 '정서적 강렬함'이 우리의 시간을 확장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더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을수록 그 시간에 대한 추억을 더 많이 쌓게 된다는 의미이다. 새로움, 신선함, 호기심 등의 정서적 강렬함을 더 많이 쌓을수록 우리가 기억하는 시간은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일하는 평범한 한 주와 여행지에서의 한 주의 기억은 물리적으로는 같은 한 주이지만 기억 속에서 차지하는 자리의 양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조금씩 다른 경험, 사건, 배움들을 찾을 수 있다. 우리의 일상은 조금씩 평범한 일상과 다른 일상으로 균열을 만들어낼 수 있다. 새로운 느낌, 설레는 감정이 들어올 수 있도록 오늘 하루 속의 특별함을 찾아보자.



나만의 보물상자


특히 기록이 우리에게 엄청난 영감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막막할 때, 돌파구를 찾고 싶을 때, 슬럼프에 빠져 에너지가 고갈됐을 때 등 기록은 내가 돌아가고 싶은 시기로 여행을 떠나게 해 준다. 그동안 내가 걸어왔던 기록들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때의 감정과 생각, 상황은 일상을 지내며 서서히 잊히기 마련이다. 특히 아주 신나고 짜릿했던 정서적 강렬함이 아니라면 우리는 그저 힘듦, 외로움, 고통 등의 한 단어로 압축하여 기억 속에 저장한다. 하지만 우리의 감정선은 아주 미묘해서 한 단어로 결코 표현하기 어렵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 단서를 우리는 기록을 통해 잊고 지냈던 감정들을 보물처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에겐 이사 때마다 항상 챙겨 다니는 보물상자가 있다. 매년 쓰는 다이어리도 있고, 결혼을 준비하며 썼던 노트도 있고, 여행지에서 받았던 티켓이나 추억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보물상자다. 또한 열심히 공부했던 기록들, 무언가 하나에 빠져 공부했던 노트 등 노력의 흔적이 묻어있는 추억상자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꽁꽁 숨겨놓고 열어보지 않지만 무언가 막막할 때나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또는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싶을 때를 타개하기 위해 과거의 나에게서 답을 찾는 계기가 되어준다. 지금까지 나는 어떤 것을 해왔고, 어떤 것에 흥미를 느꼈고, 어떤 것에 고통과 슬픔을 느꼈는지 단단한 증거가 되어준다. 기록은 쓰는 행위를 통해 그때의 감정과 기억을 남기며 자신의 역할을 하지만 시간과 만나면 그 힘이 배가 되어간다. 나의 옆을 지켜주며 때론 잊혀가는 나의 기억들을 언제든 회상할 수 있도록 든든한 친구가 되어준다.



 하루 24시간, 1440분


매일 저녁이면 그날의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 기억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감사한 일을 적기도 하고, 오늘 하루 풀리지 않았던 사건에 대해 감정을 풀어내기도 한다. 매일 그날의 일은 그날에 정리하며 하루를 마감하는 하나의 의식이 되어준다. 내가 나의 하루를 정리하며 오늘 하루에 다정한 시선을 보내주며 오늘 나의 기분은 어땠는지, 혹시 속상한 일은 없었는지, 반면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나에게로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번주의 기록을 쓰면서 지난주 기록을 보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생기기도 한다. 내가 체감하기엔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은데 불과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같은 수요일인데 다른 일이 있었다는 것에 흥미가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깨달음은 기록이 쌓여갈수록 즐거움과 재미가 복리로 누적된다. 아무리 비슷한 일상 같아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른 모양을 갖고 있다. 일상적인 하루 속에서도 오늘의 특별함을 찾아보자. 당신은 어제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나? 당신은 지난주에 목요일에 무엇을 했는가? 당신은 이번주에 무엇을 배웠나? 위 질문에 대한 답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면 당신이 일상에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기록을 통해 우리는 일상에서 잠깐의 틈을 만들 수 있다. 잠시 멈춰 나의 하루를 돌아보며 놓치고 있던 나의 감정들을 돌아보고, 해결되지 않았던 감정을 보살피고, 얽히고설킨 여러 감정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한 나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하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은 오늘 하루 속에서 어떠한 기억을, 추억을 당신 삶에 남기고 싶은가. 오늘의 특별함 한 스푼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의외의 행복이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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