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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소소 Jun 21. 2024

몸과 마음의 균형을 맞추는 시간

잃어버린 내면의 신호를 찾아서.

요가에 대한 묘한 끌림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계속 질문하며 수련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답을 요가 지도자 과정 수련을 통해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요가적 상태’에 있었다. 요가적 상태란 몸과 마음이 하나인 상태로 마음속에 잡음이 없는 상태, 즉 평온함, 고요함, 선함 그 자체를 말한다. 반대로 비요가적 상태란 몸과 마음이 따로인 상태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불만족과 자책과 같은 마음들이 점령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렇다면 요가란 무엇인가? 요가적 상태를 만들고 경험할 수 있도록 수련(practice)의 형태로 만든 것이 바로 요가다. 요가 자세를 하며 호흡과 동작에 집중하고, 우리의 신체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요가 수련을 통해 우리의 외부와 내부가 하나 되는 상태, 우리 안의 선함을 발견하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생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된다. 이때 요동치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다시 감각으로으로 돌아오는 연습을 하는 것이 바로 요가이다. 요가경전으로 알려진 <요가수트라>에서는 요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요가 치다 브리타 니로다”

요동치는 마음을 넘어 존재하는 고요함을 발견하는 것이 요가이다.



움직이는 명상


요가 수련을 통해 우리는 자연스럽게 호흡과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신체 감각과 호흡에 집중함으로써 우리를 현재에 뿌리내리도록 도와준다. 집중이 무너지는 순간, 생각이 다른 곳으로 분산되는 순간, 우리는 요가 동작에서 흔들리고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과거와 미래로 생각이 떠도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다시 감각으로 돌아오도록 수련 내내 연습하는 것이 바로 요가인 것이다. 그렇게 호흡과 움직임이 하나가 되었을 때, 요가의 동작이 비로소 깊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요가는 단순한 신체 운동을 넘어 몸과 마음의 통합이라는 신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웰빙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요가가 '움직이는 명상'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유다. 명상은 앉아서, 정적으로만 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오해일 뿐이다. 많은 운동을 도전했음에도 매번 다시 요가로 돌아왔던 것은 요가적 상태, 명상의 상태가 나에게 기분 좋은, 평온한, 고요한 마음상태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발견되기를 원했던 내 안의 선함이 나를 요가로 계속 이끈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요가를 하면 좋은 점은 스스로 몸 상태를 체크하게 된다는 점이다. 오늘 불편한 곳은 없는지, 근육이 뭉쳐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며 어제와는 다른 오늘의 나의 몸을 살펴보는 시간은 퍽 흥미롭다. "날개뼈 위로 아래로, 갈비뼈 모으고, 배에 힘!"과 같은 선생님의 구령을 들으며 ‘내 몸에 이런 근육이 있었어?', '우와, 발가락 근육을 따로 움직일 수 있던 거야?'라는 생각들을 하는 나를 볼 때면 얼마나 신기한지. 요가동작을 따라 하며 나의 근육들과 관절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그렇게 간헐적 요기니에서 요가 수련자로 산 지 4년 차가 되어가고 있다.



매트 위의 세계


요가 지도자과정이 끝나고 계속 마음속에 진하게 남는 한 문장이 있다. "매트는 우리가 삶을 연습하는 운동장과 같다"는 것이다. 그저 한 평짜리 매트이지만 우리는 반복적인 동작을 통해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평소 잘하지 못했던 도전적인 동작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통해 우리가 새로운 상황과 어려움의 상황을 대하는 태도를 알아차릴 수 있다. 한편 잘하는 동작이 나왔을 때 나타나는 우쭐함, 자랑스러움 등의 어떤 감정들이 올라오는지 살펴볼 기회를 준다. 요가는 그저 매트만큼의 세계이지만 우리의 삶이 집약적으로 나타나는 무한한 세계이다. 내가 요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매일 나의 몸과 마음을 체크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때때로 멋진 요가 동작을 완성하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오기도 한다. 수련을 지속함에도 변화가 더디면 조급함이 올라온다. 욕심을 부리고 싶은 마음이 들고, 이내 무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런 마음들을 알아차리면 나에게로 다시 주의를 가져온다. 오늘 나의 몸이 할 수 있는 범위까지, 오늘의 내가 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아차리고, 다치지 않도록 나를 보호하면서 수련을 이어나가려 노력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안되던 동작이 짠! 하고 되면 한걸음 성장한 나를 마주하며 기뻐할 수 있게 되었다. 기분 좋은 움직임과 호흡을 몸으로 들여오고, 한 동작 한 동작마다 나의 몸 상태를 체크하는 시간 자체를 즐기게 되었다. 내가 가고 싶고, 하고 싶은 지향점으로 의도를 세운다. 하지만 그것의 달성 여부는 나의 몫이 아님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요가를 수련한 후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우리는 요가적 상태를 계속 수련할 수 있다. 갑자기 상사가 일을 시키거나, 바쁜 와중에 부모님의 부탁이 생기거나, 연락들이 몰아서 오는 등 도전적인 상황들이 생겼을 때 우리는 습관적으로 반응하기 쉽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야식이나 술을 찾거나, 투덜거리며 분노를 발산할 친구를 찾아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반응이 올라올 때, 그 순간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알아차림의 순간, 멈추면 무의식적인 반응을 넘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우리에게 해가 되는 선택이 아닌, 도움이 되는 선택을. 요가적 상태가 어떤 것인지 알기에, 비요가적 상태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요가는 운동을 넘은 삶 그 자체다. 나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기를.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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