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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ASIS OFFICE Jan 06. 2019

음식은 입으로 만드는 것이다.

'음식은 손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만드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손맛은 음식을 만지고 다듬는 요리사의 손재주와 감각에 따라 음식의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붙여진 말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그만의 맛의 기준이 손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달라지는 음식의 맛이 손맛이며 그 입맛의 기준이 높을수록 맛있는 음식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음식이 맛있는 집은 그 집 요리사의 입이 다른 음식점들에 비해 까다롭다고 생각하면 된다.





PORTO. 2018.








까다로운 입맛은 대게 가족력에서 시작될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란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맛있는 음식의 기준이 높을 것이다. ( 여기서 기준의 '높고 낮음'은 추상적인 추측에 의한 표현으로 엄밀히 따지면 '다르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때문에 음식을 잘하는 사람은 부모 중 한 명, 혹은 함께 사는 가족 중에 음식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가 많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란 입(?)은 맛있는 손맛으로 대물림된다. 가끔 요리에 흥미가 없는 자손에 의해 대가 끊기기도 하고, 조미료와 설탕을 무기로 한 수많은 프랜차이즈에 의해 입맛이 퇴보하기도 하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유전되는 경우가 많다.







음식점을 해야만하는데 불행히도 냉철한 입맛을 경험할 환경이 아니었다해도 걱정할 것 없다. 지구상엔 수많은 맛집들이 있다. 무늬만 맛집이 아닌 진짜로 맛있는 음식을 하는 집들만 찾아다니는 것이다. 비싸지 않아도 멀리가지 않아도 우리의 주변엔 탁월함 손맛의 귀인들이 많다. 노포老舖만 찾아다녀도 절반은 성공이다. 그곳에서 까다로운 입맛을 학습하고 단련할 수 있다.








음식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입맛이 필요하다. 그것이 손맛으로 이어져 맛있는 음식으로 탄생되면 좋겠지만 요리에 소질이 없다면 그저 까다로운 입맛을 이용해 기준을 잡는 것 충분하다. 세상에는 기술자가 많으니까. 만약 까다로운 입맛이 없다면 요식업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좋은 상품을 보는 법을 모르는데 어찌 좋은 상품을 팔 수 있겠는가.





음식은 입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기에 다른 요소들에 의해 장사가 잘 될 수도 있다. 현란한 눈요기로 사람들의 마음과 혀를 빼앗을 수 있고, 음식점 주인의 커리어를 무기로 한 권위를 이용해 믿음을 심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감각은 반복되는 저질 자극에 반응하는데 한계가 있다. 맛이 없으면 단골이 될 수 없다. 단골이 없으면 매출에도 한계가 생긴다. 카페든 밥집이든 결국은 음식점이고 결국은 음식이다.







입맛의 기준이 확실하지 않으면 갈 때마다 다른 맛이 난다. 걸쭉한 육수가 좋아서 찾았던 라멘집의 육수가 어느 날부터 맑은 육수로 바뀐다면 다시 찾을 것인가. 꾸준히 맑은 육수의 라멘을 내놓는다면 맑은 육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찾겠지만 기준이 계속 바뀐다면 그 집은 두 번 가면 한 번만 맛있는 라멘집이 되는 것이다.






카페를 창업하면서 커피맛을 잡아주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 카페의 사장이 원하는 스타일의 커피를 기준으로 한다. 그 기준에 맞춰 균형감 있는 밸런스에 초점을 맞춰 초기 세팅값을 잡는데, 오픈 초기에 맛있던 커피가 얼마 후에 가보면 완전히 다른 맛이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입맛의 기준이 매일 조금씩 조금씩 바뀌면서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다른 맛의 커피가 되어 있는 것이다. 처음보다 나중의 맛이 좋아졌다면 다행이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늘 최상의 혀 컨디션을 위해 식사를 거르지 말아야 하며 건강관리도 잘해야 한다. 감기에 걸리거나 입맛을 버리면 맛의 기준이 바뀌기 때문이다.





우리의 두번째 가게에서





음식점 사장은 자신의 입맛과 손맛에 냉정해야 한다. 자만하거나 안도하는 만큼 손님의 마음은 멀어진다. 주위의 사람들이나 친구들은 보통 좋은 평가를 한다. 친구가 하는 음식점에 와서 맛없다는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자신의 음식을 가장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음식점 사장은 혀는 늘 외롭다.













tip.

가오픈 때 지인들을 먼저 초대하자.

주위에 자주 올 수 있는 친한 친구가 있다면 날마다 불러서 생체실험을 하는 것도 좋다.

테스트를 위한 것임을 밝히고 냉정한 평가와 함께 보완할 부분을 물어보면 한 가지 정도는 얘기해준다.

신메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단골들에게 공손하게 평가를 부탁하는 것도 좋다.

가게에 애정이 있는 단골들은 성심성의껏 조언해주는 경우가 많으며 단골들이야 말로 그 가게의 맛의 기준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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