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ASIS OFFICE Dec 09. 2018

태국 음식을 좋아해서 시작한 태국 음식점




세 번째 가게는 온전히 우리의 가게가 아니었다. 


동업이란 무모한 도전을 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라 말하고 싶다. 하지만 주위의 누군가 동업을 하려 한다면 자극적인 단어로 짧고 굵게 말리고 싶다.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하기 때문이다. 이는 상대의 잘못이나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보다는 인간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이기심과 욕심에 따른 것이다. 물질적인 부분과는 별개로 부부가 함께 일을 해도 생길 수 있는 일들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일에 대한 욕심은 남녀노소의 구분 없이 생기기 마련이다.




음식점을 하면서 생기는 가장 큰 변화는 인생에서 음식의 비중이 커진다는 것이다.  업으로써 음식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면서 물리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음식을 대하게 된다. 더 많은 경험을 위해 음식을 접하다 보면 그동안 없던 음식에 대한 욕구나 갈망이 자연스레 높아지기 마련이다. 맛집을 찾게 되고 인근 맛집을 꿰고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주변에서 음식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태국 음식은 우리가 좋아하는 요리 중 하나였다. 음식점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향신료의 향이 강한 음식에 약했지만 적응이 빠른 인간의 능력은 욕구로 이어지고 어느덧 향신료를 찾아다니는 나를 발견했다. 사실 향신료의 무기가 중독성 아니겠는가. 언젠가 방콕에 갔을 때 잘못 주문한 똠얌꿍을 두당 한 그릇씩 비우고 나서는 세계 3대 수프의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되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우리가 사는 지역에 오리지널이라 할만한 태국 음식점을 발견한 뒤 가끔씩 진한 향신료와 매운 고추를 영접하고 보충했다. 전국을 뒤쳐도 더 나은 곳을 찾기 힘들 정도의 맛집이라 매운 음식 뒤에 오는 뒤탈(?) 정도는 매번 잊게 되는 그런 맛집이었다. 하지만 맛없어도 잘되는 유명 맛집이 있는가 하면, 맛있어도 장사가 안 되는 맛집도 있다. 




이 음식점은 태국 현지에서 온 태국이나 캄보디아 등의 동남아 사람들을 메인 타깃으로 장사를 하는 곳이어서 현지인들이 많이 정착하는 시내의 중심지에서 떨어진 공장지대에 있었다. 이곳에 가려면 큰 맘먹고 가야 했고 그다음 일정을 잡는 것이 쉽지 않은 지역이었다.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가격은 저렴했고, 현지의 맛을 내기 위해 수입재료를 이용하다 보니 원가가 높아서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 구매력이 좋은 중심지로 이동해 변화를 주면 상당 부분 개선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음식점의 가장 큰 장점인 맛이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가끔씩 방문하기를 몇 년째, 사장님과 이야기도 몇 번 하다 보니 이제 얼굴을 기억할 정도가 되었고 자연스레 중심지로 이전하시라 추천했다. 맛이 있는데 수익이 없는 게 안타까웠고 무엇보다 음식점이 가까워지면 우리가 더 자주 먹을 수 있다는 얄팍하고도 간절한 식욕도 한몫했다. 부동산을 소개해줄 테니 시간 나면 알아보시라고. 




그러던 어느 날 태국 음식점 사장님이 우리의 두 번째 가게에 찾아왔다. 지난주에 가족들과 왔었는데 밖에 줄을 서 있어서 세 번이나 돌아갔다며 조금 한가한 평일 낮에 방문했다. 전에부터 시내의 중심으로 옮길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때가 된 것 같다고. 도와줄 수 있겠냐고. 혹시 금전적인 부분도 도움이 필요한가 물었더니 어렵게 답하셨다. 그렇다고. 




태국 음식을 너무 좋아했고 어릴 적 잠시 분식집을 했던 부모님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여유가 많지 않았지만 욕심을 버리면 가능한 일이었다. 수익이 적어도 맛있는 음식을 자주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몇 달 후 나는 그 맛있는 음식을 가게 오픈 후 반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매일 먹었다. 그렇게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우리와 함께 가게를 하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같이 하자는 제안을 하셨다했다. 하지만 믿을 수 없다는 말을 하셨다. 하지만 우리 가게에 와 보시고는 우리가 실제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고 거짓을 할 사람들로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실제로 우리는 그 어떤 동업자들보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사장님의 음식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사장님은 우리가 만드는 가게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2년의 시간 동안 큰 탈없이 함께 했으리라 생각한다.












tip.
동업은 처음보다 끝이 중요하다. 

여럿과 동업하여 회사를 운영 중인 친구에게 가게를 시작하기 전에 물었었다. 
동업을 하기 전에 챙겨야 할 것들이 무엇이 있을지.

그 친구가 말했다. 

'들어가는 것보다 나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작하기 전에는 반드시 동업계약서를 작성하고 동업계약 종료 시 분배에 대한 사항을 상세히 적는 것이 좋다. 

실제로 발생할 지모를 법적인 부분도 있지만 잘 쓰인 계약서는 심리적인 영향으로 크고 작은 분쟁을 막을 수 있다.





추신) 

요즘 아홉 번째, 열 번째 가게를 동시에 준비 중이라 글이 좀 늦었다. 

2주 뒤엔 좀 더 알찬 내용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두 번째 가게를 접으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