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 Oct 31. 2017

인생 꽃게

내 인생을 바꿔놓은 네 이름은?

"언니, 저 이민 오면 어떨까요?"

어느 날 친하게 지내는 기러기 엄마가 묻는다.

"한국 소식을 들으면 너무 심란하고... 아이들 생각하면 여기가 훨씬 좋을 거 같고... 언니 의견을 좀 듣고 싶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돌아보니 이민자로, 이방인으로 캐나다에서 살아온 지 13년째... 그녀의 질문에 지난 세월을 돌아보게 된다.

내 나이 32살, 남편의 나이 34살에 밴쿠버라는 낯선 도시에 첫 발을 내디뎠다. 4살짜리 딸을 데리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캐나다로 이민을 온 우리는 젊어서 용감했고, 무모했고, 꿈을 꾸고 있었다.


"이민?, 왜?"

"아니... 애들이 적응도 잘 하고, 다시 돌아가면 입시문제며, 공해도 심하고..."


나는 어쩌다 이민을 왔을까?

아토피가 있는 딸아이 때문에? 남편의 박봉 때문에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이민을 왔나?

우리의 이민 결정은 바로 '꽃게' 때문이다. 중국산 먹거리들이 대량으로 수입되기 시작하던 2000년에 중국산 꽃게에 납이 들어있다는 기사가 큰 이슈가 됐다. 식탐이 많은 남편은 유난히 꽃게를 좋아했는데, 이 사건을 접하고 분노의 한마디를 날렸다.


"아~ 정말~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는 이런 나라에서 살 수가 없다."

"그래? 그럼 우리 이민 갈래?"


결국 '납꽃게 사건'이 시발점이 되어 전광석화 같은 행동력으로 서류 준비를 마치고 바로 이민 서류를 접수했다.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