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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Sep 23. 2019

일상적인 차별

여자라서, 동양인이라서, 미혼이라서.

지난여름 어느 날, 지인의 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내가 이민 온 첫 해에  그 가족과 만났으니 15년을 묵힌 인간관계다. 그때 10살이던 그 집 큰 딸아이가 벌써 25살 성인이 되었다. 어린아이였던 S가 어른이 되어 나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낯설고 신기했다.


S는 광고업에 종사하는 3년 차 직장여성이다. 이민 1.5세대로 캐나다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언론 광고학을 전공했다. 일에 대해, 결혼에 대해, 사랑에 대해 뚜렷한 가치관을 밝히는 S의 모습은 빛이 났고, 내 눈에 그녀의 삶은 한없이 자유롭고 흥미로워 보였다.


그녀는 정치, 사회, 환경 등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의 화제는 한 달째 불타고 있는 아마존 밀림에 대한 이야기부터 화재 진압을 방관하고 있는 브라질 대통령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트럼프의 성차별, 인종차별 주의에 대한 비판까지 이어졌다.


나는 그녀에게 “직장 생활하면서 동양인이라 차별을 받은 적은 없어?”라는 질문을 했다. 그리고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Yes, A lot”이라고 말했다. 처음 만난 거래처 직원들이 그녀의 외모만을 보고 “Can you speak English?”라고 질문한다고 한다. S가 자기소개를 하고 업무 이야기를 하면 “Oh, you are pretty good at English”라고 반응한다는 것이다. ‘동양인’은 영어를 못한다라는 편견은 이 사회에 만연한다.


나는 캐나다에서 8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한 번은 식사를 하러 온 한 백인 할아버지가 주문을 받는 내 손을 잡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며 “Do you want to be my girl friend? I can teach you English.”라고 말했다. 같이 온 남녀 커플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사귀라고 부추긴다. 처음 보는 백발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나는 당황했고 “No, I don’t want to.”라고 밖에 대응하지 못했었다. ‘동양 여자’는 무조건 서양 남자를 좋아한다고 착각한다.


얼마 전에 읽은 기사의 내용이다. 엘리스 한 이라는 한국계 캐나다 여의사가 직장 때문에 5월에 호주로 이주를 했다. 같은 달에 그녀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라는 도시에서 코프스 하버로 이동 중 자동차 타이어에 문제가 생겨 근처 모텔에 숙박을 해야 했다. 그런데 엘리스 한이 찾아간 호텔의 직원이 그녀가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매춘부냐고 물으며 방을 내줄 수 없다며 입실을 거부한 것이다. 엘리스 한이 자신은 하버트 출신 의사라며 신분증을 제시했지만 결국 거부당했다. ‘유색인종’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감은 생각보다 흔하다.


차별은 어느 사회에서나 존재한다. 서양 사회가 동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녀 성차별과 힘의 불균형이 덜 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성차별은 존재한다. 거기에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 더해지면 그 힘은 배가 된다.


아마 S는 학창 시절 동안 그리고 직장 생활 중 많은 차별을 경험했을 것이다. 인종과 언어로 계급이 나누어지는 사회에서 동양인 미혼 여성은 여자이기에 성 차별까지 대면해야 한다. 지난 여름 밤, S를 내내 빛나게 했던 것은 아마 그 모든 편견과 차별에 맞서는 그녀의 강한 의지와 자신감일 것이다. 그 빛이 오래, 더 밝게 빛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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