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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Jun 07. 2023

꿈꾸지 않을 권리

나의 폐경일지 7

큰아이가 취업에 성공했다. 기특하고 기쁘다. 지난 5년간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공부하고 일하면서 얻어낸 보상이다. 우리 아이는 꿈을 이룬 것일까?


꿈이 없는 아이였다. 딱히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었고, 대학을 다니면서 전공에 심취하지도 못했다. 커리어에 대한 욕심도 없다. 하고 싶은 일 자체가 없으니 어떤 분야에서 성공을 하고 싶은 욕구가 없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과거를 돌아보니, 뭔가 내 자신을 모두 쏟아부어 몰두하고 싶었던 일이 내게도 없었다. 어떤 일이든 조금 흥미가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른 일에 관심을 빼앗기곤 했다. 나도 그랬으면서 아이들에게 항상 질문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니?”

“좋아하는 일이 있지?”,

“뭐가 되고 싶니?”

"꿈이 뭐니?"


그때마다 아이들은 잘 모르겠다는 대답뿐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은 젊음이 있는 아이들이 그렇게 맥없이 이야기할 때마다 내 가슴속에서 훅 하고 열이 올랐었다.


 젊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나이를 먹으면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 젊음은 내게만 가치가 있는 것이지 아이들에게는 아무 가치가 없다. 그저 현실일 뿐이다. 아이들은 젊어서 힘들고 젊어서 서럽고 젊어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낀다.


무엇이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관점은 각 세대마다 다르다. 기성세대는 젊음에 대한 소유권을 잃어가는 것이 너무나 아깝고, 젊은 세대가 그것을 낭비하는 것이 안타깝다. 그래서 자신들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강요한다. 훌륭한 어른들은 자기 계발서에 현란한 단어들이 써가며 강하게 주장한다. 꿈을 가져라.


하지만 조금 솔직해지자. 그대는 꿈이 있었는가?


우리도 젊은 시절에 그저 온갖 잡꿈을 꿔가며 현실에 적응하느라 바쁘기만 했다. 꿈을 키워가기는 커녕 꿈과 돈을 맞바꾸기도 하지 않았던가? 꿈이 없어도 살아진다. 우리는 알고 있다. 기성세대는 꿈 없는 아이들에게 꿈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꿈을 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줘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에는 당장 내 앞의 현실이 갑갑한 것이 사실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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