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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트밀리 May 07. 2021

별게 다 부러운 마음

누구보다 엄마가 되고 싶은, 작은 것에 상처 받고 부러워하는 마음에 대해

언젠간 웃으며 돌아볼 난임 이야기입니다. 저와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이라면 경험을 나누고 함께 공감하고 싶습니다. 주변에 난임을 겪고 있는 이웃의 지인 분이라면 그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소중한 생명을 기다리는 모든 분들의 임신 성공을 기원합니다. 

어쩌면 서울대학교를 가는 것이 더 빠를 수 있겠다. 정말 피가 나게 노력해서 성적을 최상위권으로 올리면 되는 것이니까. 잠시 삼성전자로 입사하는 것이 더 나은 예일까 생각해봤지만 입사시험인  GSAT(삼성직무적성검사)를 통과해도 면접이 남아있어 오직 '내 능력'만으로 갈 수 있는 서울대학교 입학이 더 적절하다 생각했다.


학교 성적도 겨우 중위권을 유지한 내가 차라리 '서울대 입학'이 쉬울까라는 생각이 들다니 우습지만 '임신에 비해'라는 말이 붙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최고 명문대 입학은 주어진 시험문제를 맞고 틀리고의 문제인데 이 임신은 그렇지가 않다. 횟수로 확률을 높이고 의학적 시술을 더해도 되는 이가 있고 안 되는 이가 있는 것을 보면 그 누구도 어떤 노력도 장담할 수 없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에 대한 공정한 성공률은 임신보다는 서울대 입학이다.  


노력의 대가가 그대로 나오지 않고 아무도 결과를 알 수 없는 난임부부가 되면,

세상에 별게 다 부러워진다.


우선 한 달에 두세 번씩 방문하는 산부인과에서의 모든 산모들이 부럽다.

내가 다니는 병원은 난임센터와 일반 진료실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함께 있는데 산모의 배의 크기와 상관없이 티를 내지 않아도 묘한 차이가 있다. 특히 산모들이 들고 다니는 산모수첩은 그다지 예쁘지도 않은 투박한 수첩인데 그 어떤 명품 스케쥴러보다 가져보고 싶고, 까맣고 하얀 점선만 가득한(그 안에서 내 젤리 곰은 딱 알아볼 수 있는) 작은 초음파 사진도 여기저기 붙여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찬다.


지나다니는 임산부들을 보며, 임신해도 입을 수 있겠다고 하며 미리 산 옷장 속 원피스들도 입어보고 싶고 배를 숙일 때 힘들지 않겠다며 사 둔 신발들도 생각한다. 나는 임신이 되면 이렇게 입고 저렇게 하고 다녀야지. 그렇게 온갖 시뮬레이션을 돌리다 진료를 받고 나오는 길엔 그냥 그 산모들이 너무 부러워진다.


갑자기 찐 살에 튼 자국들이며 아가로 인해 자리가 바뀐 위, 장의 위치들까지도. '산모'라는 그 자체만으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처럼- 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인 것처럼 동경하게 된다.

 

집에 오는 길에 만난,  엄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공원에 대자로 누워 데굴데굴 구르는 아이의 모습도 마냥 부럽다.

누군가는 육아의 고됨을 절절하게 말한다. 실제로 그럴 것이란 건 이해한다. 아이가 있어 자신이길 포기해야 했던 것들도 있고 회사 퇴근 후 육아 출근하여 끝도 없는 육아를 전쟁이라 표현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집 앞 공원에서 만난 그 아이도 엄마의 배려로 아마 콧바람이라도 쐬러 공원에 갔다가 다른 아이가 놀고 있는 뽀로로 장난감을 갖지 못해 바닥에 드러누웠을 것이다. 엄마는 집에 같은 것이 두 개나 더 있다고 아이를 달래다가 화를 냈다 당황하기도 하고 또 달래기도 했다. 한숨을 쉬고 아이를 들쳐 엎고 떠난다. 아이는 그 와중에도 발버둥을 친다.


예전 같으면 나 역시 고개를 저으며 '와 너무 힘들겠다. 난 못할 거 같아' 했던 상황들도 지금은 마냥 부러운 모자지간의 모습이다. 내 아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남자아이일까 여자아이일까. 저런 상황이 오면 장난감을 잔뜩 사주고 갖고 싶은 건 다 갖게 해 주고 예절교육도 단단히 시켜서 사랑스러운 아이로 키워야지. 이제는 5살까지 커버린 상상 속의 육아 시뮬레이션을 돌리다 울어도 좋고 떼를 써도 좋으니 나를 '엄마'라고 불러 줄 아이가 있기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마트에 들러 장을 보던 중에 그 비싸다던 계란 코너를 둘러보다 계란값이 아닌 다른 것에 놀란다.


'너는 유정란이구나'

비록 병아리까진 되지 못했지만 집에 가 따뜻한 곳에서 품어주면 병아리가 되지 않을까?

임신이 되기 위한 기본인 수정이 안 되는 것인지 수정 후 착상이 안 되는 것인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나는,

행복한 닭이 낳았다는 유정란마저 부러워졌다.


몇 번의 임신 실패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오는 날은 별게 다 부러워지는 날이다.      


부러운 마음을 한가득 안고 집에 돌아왔다.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조금은 우울해하는 나에게

"괜찮아 지금 우리도 충분히 행복하잖아. 유정란 많이 먹고 또 열심히 도전해보자!"라는 큰 감동 없을 법한 한마디에 짠하고 위로를 받는다. 이런저런 임신 카페를 둘러보며 누군가의 실패와 성공에 서로를 응원해주는 작은 댓글 한마디에 또 힘을 낸다. 큰 의미 없이 던진 친구의 꿈 이야기 하나에 또 한 번 희망과 용기를 가져본다.


난임의 시간엔 별게 아닌 것도 참 부러운 때지만,

그와 동시에 별거 아닌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위로를 받고 힘을 내고 희망과 용기가 생겨나기도 해서

참 다행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와 함께 자주자주 토닥토닥 안아주세요.

별거 아닌 작은 일로 상처 받은 마음은 별거 아닌 작은 일로도 금세 녹으니까요.

언젠간 꼭 극복할 우리의 문제들은 슬프게 생각하면 우리를 가장 깊은 곳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주변의 작은 위로와 응원들은 또 바로 밝은 곳으로 끌어올려주는 영양분이 될 거예요.  




[자연임신 준비/종료] 임신테스트기 또는 피검사, 그날의 시작으로 확인
 -다음 단계에 대해 고민하기(자연임신 계속 진행 또는 인공수정/시험관 진행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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