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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banii Oct 18. 2016

고독한 책읽기-6

비폭력 대화 / 마셜 B. 로젠버그

"나는 NVC(Nonviolent Communication)를 '의사소통 방법' 혹은 '연민의 언어'라고 부르지만, NVC는 단순한 방법론이나 말하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이 가진 더 깊은 의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곳에 우리 의식을 집중하도록 계속해서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처음 드는 생각은 책의 내용과 제목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 생각은 제목을 빼고는 다 마음에 든다는 것이었다. 저자가 제시하는 '비폭력 대화', 혹은 그 자신이 제안하는 '연민의 대화 Compassionate Communication'는 연민의 마음을 기본으로 상대방을 대고, 이해하고, 대화할 때 우리 사이의 폭력과 오해는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인간의 본성은 연민으로 서로 주고받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하게 만드는 '삶을 소외시키는 대화 방법'을 배면서 자랐다."


삶을 소외시키는 대화는 상대방을 평가하는 것(특히 도덕주의적으로), 나 자신 그리고 상대방의 욕구, 느낌을 무시하는 것, 그로 인해 서로의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자책하거나,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평가하지 않으면서 명확하게 관찰하는 일이다. 크리슈나 무르티는 "평가가 들어가지 않은 관찰은 인간 지성의 최고 형태"라고 말했다고 한다. 과연 그런 일이 가능할까.


관찰을 통해 우리는 욕구를 이해해야 한다. 자신과 상대방의 욕구. 올바로 전달할 수만 있다면 어떤 욕구도 좌절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욕구를 드러내는 것이 좌절되거나 비난받아 왔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고, 부끄럽게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것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면 상대방에게 바르게 전달할 수 없고, 잘못된 정보를 주게 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올바른 소통 역시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나 자신이 고민해 왔던 것처럼 상대방은 차치하고, 나 자신조차도 올바로 나의 욕구를 이해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올바로 표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심리학이나, 명상의 많은 조언들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작년에 며칠 묵으며 시간을 보냈던 친구의 독일인 남편이 나에 대해 "한국 사람 중에선 그래도 서양인처럼 자기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는 얘길 들었다. 서양인들이 모두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그분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지만, '자기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줄 안'다는 말에 든 처음 생각은  '내가 그걸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는데.'였다. 우습게 들리지만 사실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세상 속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발현시켜 나갈지를 지금까지 고민하며 살았고, 이제야 조금 편해지고 있다. 그 길이 나에게는 참 힘들었는데, 이 책 '비폭력 대화'를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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