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9
한국에 도착한 지 9일째. 인도와 한국의 시차는 고작 세 시간 반이기 때문에 적응이 어려운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다람살라에서보다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인도에서는 10시만 넘으면 침대에 들어가 책을 읽다가 11시가 되기 전에 곯아떨어지고, 눈부시게 환한 아침해의 안면방해로 잠에서 깨는 생활을 했다. 시차 대로라면 새벽 1시가 넘어서 잠이 들겠지만, 실은 피로 때문인지, 수면이 부족해서인지 첫날부터 11시도 되기 전에 졸려왔다. 습관대로라면 일찍 잠자리에 들겠지만 한국의 생활은 왠지 12시 이전에 잠자리에 드는 일이 어색한 듯하다. 숙소의 다른 친구들도 귀가가 늦고, 나 자신도 안 보던 TV 프로그램도 챙겨보고, 팟 캐스트 방송도 듣느라 뭔가 분주하기만 하다.
이렇게 바쁘고, 피로하고, 늦게 잠드는 일주일을 보내고 나니 고요하게 잠들고, 해가 뜨면 일어나는 다람살라에서의 생활이 그립기도 하다. 밤이 되면 베란다에서 별구경을 하던, 반딧불이가 날아드는 다람살라의 내 방은 지금쯤 깊은 고요 속에 잠겨 있을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내가 살고 싶은 곳은 인도나 다람살라가 아니라, 춥고, 작고, 벌레들이 1년 내내 찾아오지만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내 방이거나, 조용한 이웃과 입주자들을 귀찮게 하지 않는 집주인이 있고, 나는 알 수 없는 각자의 생업과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사람들에 둘러싸인 작은 그 동네다. 여전히 전기가 나가는 밤이 있고, 개와 소와 당나귀가 돌아다니지만 삶의 피로가 쌓이지 않는 그런 곳이다.
한국의 지인들은 다른 해보다 더 피로해 보인다. 주말마다의 집회 덕분이다. 한국에 돌아올 때마다 삐걱대는 낡은 건물 같은 피로와 권태, 조급함이 느껴졌지만, 올해의 피로는 조금 다르다. 그 안에서 그래도 뭔가 생명력이 혹은 출렁이는 분노가 존재하는 것이다. 잠 못 드는 밤의 피로에도 불구하고, 2016년 겨울의 한국을 탓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