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30
해발 1780m에 있는 다람살라는 히말라야 산맥의 자락 끝에 위치한 산아래 마을이다. 이곳을 벗어나서 다른 지역이나 나라로 가려면 어쨌든 한동안은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특히 한국을 오가기 해서 반드시 가야 하는 델리를 가려면 버스를 타고 12시간 가까이 달려야 하는데, 그중 처음 세 시간 정도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내달려야 한다. 가뜩이나 매연도 심한 인도 버스, 좌석도 불편하고, 안전벨트도 없는 가운데 달려가는 이 세 시간은 참으로 고난의 시간이다. 시내버스를 타고도 멀미를 하던 비위약한(말 그대로 하면 비장과 위장이 하다는 뜻인데 실제로 나는 위장이 약하다) 나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늘은 일 년 만에 다람살라를 떠나 한국에 가는 날. 평소 같으면 멀미 걱정이나, 밤새 달려 이른 새벽에 델리에 도착할 텐데 숙소를 금방 찾을지 고민일 테지만 오늘은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았다. 이유는 6년 만에 처음으로 다람살라에서 델리까지 비행기를 타기로 했기 때문이다. 인도 돈으로 5000루피 정도, 8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인데, 사실 다람살라 물가가 인도의 다른 지역보다 비싸다는 점을 고려해도 큰돈이긴 하다. 하지만, 정말 정말 멀미 없이 한번 가보자는 열망에 다른 용돈을 줄여서라도 타보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과연 비행기를 무사히 탈 수 있을지(워낙 작은 공항이라 종종 취소된다고 한다. 다행히 날씨는 맑다), 얼마나 빨리 도착할지 궁금하고 설렌다.
지난 며칠 동안 비상시에 대비해 방 열쇠를 옆 집에 맡기고, 인도 화폐개혁 덕분에 현금이 없어 1월 방세는 다녀와서 주기로 주인집에 양해를 구하고, 집에 설치한 인터넷은 정지를 시켰다. 남은 식재료를 먹어치워야 해서, 메뉴의 조합이 맞지 않는 밥상을 몇 번 차리고, 다녀온 뒤에 먹을 김치를 담갔다(이게 제일 잘한 일인 듯). 이제 마지막으로 집과 주변 풍경을 눈에 담고 나면 출발이다.
"무언가를 사랑하려면 그것이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말이 있다. 다람살라에 살게 된 이후 부쩍 언젠가 이 곳을, 이 시간을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지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럴 때면 도무지 이 곳을, 이 시간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마음이 아파올 정도로 말이다.
다람살라를 잠시 떠나 한국에 가지만 '다람살라 일지'는 이어진다. 되도록 다람살라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