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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banii Mar 20. 2017

다람살라 이야기

20170319

처음 이 글을 쓸 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다람살라를 떠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혹은 그래서 다람살라에 대한 글을 남기기로 마음먹었고, 다람살라 일지에서 다람살라 이야기로 제목을 바꾼다. 시간이 지난 후에도 멋진 여행기를 썼던 '불멸의 산책'의 작가처럼 다람살라를 떠난 후 어쩌면 나는 더 많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이제 다람살라를 떠난 후 갖게 될 변화를 예측해 본다.


잃게 될 것들

혼자 쓰는 넓은 방과 실내외 차이가 없는 방안 온도

길거리를 배회하는 원숭이, 소, 당나귀, 개들과 그로 인한 공포심

물건을 살 때마다 혹은 사고 나서도 떨쳐버릴 수 없는 '바가지 아닐까'라는 의심병

잔돈과 비닐봉지, 휴지 이 세 가지가 생길 때마다 챙겨 놓는 버릇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노점상, 호객꾼, 그냥 노는 동네 사람 그리고 록빠 도서관 고객인 어린 티베트 친구들의 '할로'라는 인사

밤하늘을 채운 별과 베란다에 찾아오는 반딧불이

완벽하게 고요한 밤

맑은 공기


갖게 될(지도 모르는) 것들

내 것이 아닌 (아마도 따뜻한) 방

미세먼지

(아마도) 언제라도 볼 수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


갖고 싶은 것들

한글로 된 책(잔뜩, 빌려서)

기댈 수 있는 커다란 쿠션

일자리


그래도 남는 것

기억


오늘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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