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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즐거운 기분으로 시작하기

학교 가는 길

by 오벳


"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 사랑 모아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아름다운 세상.”


차 안에 울려 퍼지는 음악과 아이의 노랫소리. 밝은 웃음, 즐거운 기분이 함께하는 등굣길. 5년 동안 계속되는 아침 풍경이다.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 등하교 드라이브가 우리에겐 일상이 되었다.


광교산 끝자락 언덕 위에 있는 집. 학교까지 걸어가기에는 거리가 있고, 차들이 연이어 지나가는 좁은 2차선 도로가 있어 걸어가기에는 위험하다. 여기로 이사를 오기로 결정하면서 면허부터 땄고, 라이딩맘 인생이 시작되었다. 매일 아침 학교 가는 길은 즐겁게 가자는 주의. 약 5분 남짓 짧은 시간 동안 선곡한 플레이리스트 음악을 들으며 가는 등굣길은 우리 만의 짧은 여행이기도 하다.




아침을 어떻게 시작하는가에 따라 하루의 기분과 흐름이 좌지우지된다. 매일 등교시키다 보니 학교를 가는 다양한 아이들의 표정을 마주한다. 아이 얼굴에 어떤 아침을 보냈는지 여운이 느껴짐을 알고 있는가. 밝게 웃으며 즐거이 등교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기분이 나쁜 일이 있었는지 얼굴에 나 화났어요라고 쓰여 있는 아이들도 있다. 집에서 한 소리를 들었을까 어깨를 푹 숙이며 천천히 힘 없이 등교하는 아이들도 종종 보이기 마련.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다루고 토닥거림에 미숙하다. 숨김없이 얼굴에 다 드러난다. 그래 이제 아침의 일은 넣어두고 학교에서 즐겁게 생활하자 라는 전환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러니 어떤 아침을 맞이했는지에 따라 학교 생활에도 큰 영향을 줄 터.


어서 타! 학교가자.


특히 루크의 경우 더욱 감정 조절에 미숙하고 여운이 오래가기에 늘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는 어지간하면 하루의 시작은 즐겁게 하자로 나름 규칙을 정했다. 화를 내거나 언성을 내지 않고, 웬만하면 불편한 일은 만들지 않기로. 아침부터 기분이 상한 채로 들어간 교실에서 징징거리며 짜증을 내고 있을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면 아찔하다.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어울릴 수 있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게 하는 것. 내가 아이를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학교를 가는 5분 남짓의 시간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 하다가 루크에게 듣고 싶은 노래를 틀게 했다. 이후 자신만의 음악리스트도 만들어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맞는 곡을 선곡해서 듣는 중. 오늘의 노래는 ‘아름다운 세상, 학교 가는 길’이다.




학교에 도착해 근처에 차를 대고, 아이와 손을 잡으며 교문을 향해 걷는다.


“오늘도 사랑 주는 친구, 사랑받는 친구가 되자. 친구를 배려하고 양보하는 친구가 되자.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예의 바른 루크가 되자!”


매일 아이와 함께 주고받는 말을 나누며 천천히 손을 잡고 걷다 보면 어느새 교문 앞. 아이들이 삼삼오오 들어가는 교문 앞에서 사랑합니다 인사하며 밝게 맞이해 주시는 교장선생님의 모습에 마음이 포근해진다.


“엄마. 안녕! 이따 봐요.” “응. 안녕! 이따 보자.”

손을 흔들고는 교문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 교문 앞에 계신 교장선생님께 사랑합니다 인사하며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하고 고맙다. 점점 작아지는 아이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기도를 한다.


‘주님. 오늘 하루도 루크와 함께 해주세요. 사랑받는 아이로,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아이로 자라나게 하시고. 모든 상황 속에서 보호해 주시고 이끌어 주세요.‘


매일 몇 년 동안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아이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기도했다. 간절함이 담긴 엄마의 기도가 닿았는지, 오티즘 아이가 일반 학급에서 적응하며 공동생활을 맞추어 나갈 수 있도록 도움과 손길로 연결되었다. 지난 5년간 루크는 따스한 선생님, 배려심이 깊은 친구들을 만나 학교 생활을 순조로이 이어나가고 있는 중. 늘 감사한 마음이다.


아이를 들여보내고 난 후, 이제부터는 나 만의 시간이다. 작업 가방을 들고 근처 단골 카페로 향한다.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들리는 곳. 카페 사장님과 반가운 눈인사를 나누고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자리에 앉아 패드를 열고 일과를 시작한다.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가 되기를. 너와 나의 자리에서.


“루크야. 즐거운 하루 보내! 우린 이따 만나자.





아침은 하루 중 중요한 시간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아침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어떤 하루를 보낼지 말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니엘 핸들러



메인사진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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