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나의 아이는 오티즘입니다
오티즘은 자폐 스펙트럼을 영어로 표현한 단어이다. 자폐는 일본에서 건너온 말로 스스로 자(自), 닫을 폐(閉)를 쓴다. 오티즘(autism)은 그리스어 autos(self)의 와 ism의 합성어로 나에 대한 전념, 자신의 세계의 집중이라는 뜻을 지닌다. 자폐에는 자신을 닫는다는 폐쇄적인 의미가 담긴 반면에, 오티즘이라는 단어에는 스스로 외부로부터 자신을 차단한다는 의미는 없다. 오히려 그들은 누구보다도 간절히 소통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방식으로만 생각하고 소통하려 하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고 익혀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EBS 부모 2021.10.29. 천근아 세브란스 소아정신과 교수 인터뷰 참조>
소중한 나의 아이, 루크는 오티즘을 지니고 있다. 오티즘(자폐 스펙트럼)에서도 고기능 자폐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고기능 자폐와 아스퍼거는 뭔가요?” 궁금해하며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지능과 인지는 보통이지만 사회성이 부족한 자폐스펙트럼이라 할 수 있어요.”라고 설명하곤 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처럼 대화와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분명히 다른 점이 존재하는 아이이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엉뚱하고 특별함이 있는 아이. 루크가 있어 우리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루크는 환한 미소를 지닌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다. 부드럽게 곱실거리는 파마머리가 참 잘 어울리는 귀여운 얼굴도 한몫한다. 함께 있다 보면 금방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긍정에너지로 가득하다. 매력적인 눈웃음을 볼 때면 살포시 함께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에 까르르 웃기도 하고, 금세 눈망울에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감성도 충만하다. 능청스럽게 아재개그를 곁들인 재미있는 이야기를 말하는 것을 보면 농담도 수준급인 녀석.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랑 둥이인 모습과 더불어 오티즘의 모습도 함께 존재한다. 감정에 깊이 휩쓸리면 나타나는 의미 없는 반복적인 문장, 단어들을 말하며 연달아 이어지는 반향어, 상동행동이 있다. 이야기를 나누지만 때로는 어느 별나라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뚱딴지같은 이야기를 하기도. 자기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신나게 하나, 모르고 관심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몰라요!”하고 잽싸게 도망가 버린다. 불안과 강박이 있어 외식은 전에는 꿈도 못 꿨다. 그래도 지금은 좀 나아져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우동 아니면 국수 중에서 택일이다. 미각은 어떻고? 까탈 스런 아드님의 입맛 덕분에 웬만한 요리는 집에서 뚝딱하고 만들 정도가 되었다. 촉감도 한 예민 하니 옷은 무조건 순면 100%에 감촉을 만져보고 구입, 사고 나서 안쪽의 텍은 바로 떼어낸다. 하나에 꽂히면 몇 날 며칠이고 빠져들어 집중한다. 우주, 곤충, 나무, 풀, 꽃, 버섯… 도감과 백과사전들이 책장에 빼곡할 정도. 정해진 스스로의 루틴이 있어 종이접기, 독서, 그림 그리기는 꼭 해야 한다. 한 아이의 내면에 이렇게 오티즘과 여느 아이의 모습이 사이좋게 함께하고 있다.
루크의 오티즘이 평생 같이 해야 할 동반자임을 인정하게 되면서, 굳이 숨길 필요가 있을까 라는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인연을 맺게 될 것이라 느껴지면 먼저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새로운 장소나 자극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먼저 고백하게 된다. 예민한 기질로 새로운 장소에 대한 긴장과 예상 못한 자극으로 인해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이 만을 위함이 아니다. 미리 말을 함으로써 아이의 돌발행동에 놀라고 불안할 수 있을 그 시간, 장소에 함께하고 있던 모두를 위해서라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열에 아홉은 장애에 대해 듣고 나서는 깜짝 놀란다. 여러 번 보아왔지만 밝은 모습과 함께 쑥스러움이 있는 아이로 생각했다며 루크를 한참을 지그시 바라본다. 그리고 “엄마가 루크를 참 잘 키웠어요.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잘 모를 거 같아요. 말해 줘서 고마워요. 저도 루크에게 더 신경 쓸게요.” 라 하며 더욱 따뜻하게 아이를 맞이해 준다. 루크가 있기에 느낄 수 있는 따뜻함과 배려, 마음이 더없이 감사하고 소중한 인연의 시작이다. 용기 내어 말하기 참 잘했다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지난 시간들을 통해 점점 믿음이 자리 잡는다. 장애아이의 육아에 있어 엄마의 용기와 장애의 인정, 유연한 태도는 또 다른 세상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어 줌을. 주변의 시선과 스스로에게 드는 초라함을 내려놓으며 떠나보내라. 그저 한 마디의 용기로 모든 것은 시작될 것이다. 분명 손을 내밀어 잡아주고 함께 할 이들을 만날 테니 말이다. 이를 알기에 우리는 오늘도 웃으며 씩씩하게 인사를 해본다.
“루크는 오티즘이에요. 엉뚱하지만 명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랍니다.”
루크야! 엄마 잘했지? 엄마 너를 위해 용기를 낼께. 루크가 루크여서 엄마는 참 좋아. 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워. 나의 귀한 아들… 루크 정말 사랑하고 사랑해. 많이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