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실, 1년 하고 그만두었습니다
아이의 다름을 알게 되면 달려가는 곳. 발달센터.
우리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만 48개월을 지날 때까지 루크의 입에서는 몇 개의 단어뿐, 문장은 나오지 않았다. 기다리면 괜찮겠지. 좀 느리고 소심해서 그럴 거야. 말이 느리고 얌전하고 차분한 아이였다. 눈에 띄는 특이한 행동이나 불안, 강박도 없었다. 그럼에도 뭔가 보이지 않는 벽과 거리감이 느껴졌다. 자신의 세계에 흠뻑 젖어 하루 종일 자동차를 굴리고 관찰하는 모습에, 결국 발달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간단한 심리검사를 진행하고 선생님은 자폐 스펙트럼일 수도 있지만, 딱히 특이점이 없고 크면 좋아지는 경우가 있어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고. 우선 놀이치료와 언어치료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 했다. 그렇게 치료실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몇 달의 시간이 흘렀을까. 루크를 담당하셨던 놀이선생님은 상담 중에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루크, 정말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예요. 차분하게 참 잘하고 있어요. 그런데 오늘은 루크 말고 어머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루크가 아닌 나의 이야기라고?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아님 노력이 부족한 것일까? 더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일까?
“어머님이 루크를 위해 매우 노력하시고 애쓰시는 거 다 알아요. 루크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제가 피드백드린 부분이 빠르고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어요. 그렇지만... 루크를 어머님의 속도와 기준대로 너무 몰아가고 계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세게 한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치료를 하면서 보인 특이한 점이나 도드라지는 행동이 문제로 보이기 시작했고, 나은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집에서도 나름 애를 썼다. 선생님이 하는 것을 눈여겨보고 집에서 동일하게 똑같이 하려 했다. 그게 맞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너무 서두르지 않으셔도 되어요.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를 보지 않고 다른 점을 문제로 바라보면서 불안해하고 집착해요. 그리고 불안은 그대로 아이에게 전달이 됩니다. 그러면 아무리 치료를 해도 좋아지지 않아요. 지금의 속도라면 머지않아 루크도 어머님도 오히려 힘들어질 수 있어요. 이미 충분히 잘하고 계세요. 그러니 있는 그대로의 루크를 바라보시고 안아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루크만의 속도와 시간에 집중해 주세요. “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그제야 깨닫게 되었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아이를 위한다는 이유를 들어 아이를 압박하며 힘들게 하고 있었음을. 아이를 바라보지 않고 문제라 프레임을 씌운 다름에 집착하고 있었음을. 여느 아이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해 왔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아이를 향한 미안함과 쌓인 불안감이 밀려와 그대로 휩쓸리어 앉자 있던 자리에서 펑펑 울어버렸다.
루크를 품에 꼬옥 안은 채로.
발달센터의 기간은 고작 1년 남짓이었다. 갑자기 아이아빠의 직장 이전으로 다른 지역으로 옮기게 되었다. 여전히 루크의 말문은 터지지 않았고 혼자만의 세계에 남겨져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긍정적인 변화는 분명 있었다. 엄마로서의 관점과 태도가 180도 달라지게 된 것. 루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더 많이 안아주고 뽀뽀해 주며 사랑한다 매일 말해주었다. 아이와의 관계는 점점 안정되어 갔다.
힘을 주고 아무리 애를 써도 아이의 시간은 빨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치료실과 많은 비용을 들이더라도 선생님과의 시간은 잠깐일 뿐이다. 평소의 아이와 엄마의 애착,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이를 향한 안정적인 시선과 믿음, 기다림이 필요함을. 아이의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며 따뜻하게 안아주는 엄마의 따스함이야 말로 가장 좋은 치료제임을 믿어보자.
이사를 간 후, 우린 발달센터를 다시 다니지 않았다.
내가 성공을 했다면, 오직 천사와 같은
어머니의 지지와 격려 덕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