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네모아저씨
안녕하세요. 네모아저씨입니다
색색의 색종이들이 쌓여 있는 거실 탁자. 부스럭부스럭 종이를 접는 소리와 태블릿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차분하고 잔잔한 음성이 거실을 채운다. 작은 손가락들의 분주한 움직임 아래에서 색종이는 네모에서 세모로 다른 모양으로 변해간다. “드디어 완성.”이라는 소리와 함께 곱고 예쁜 종이 팽이들이 탄생. 알록달록한 여러 팽이들이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루크의 최애 활동 중 하나인 종이접기. 네모아저씨는 최고의 선생님이자 좋은 친구이다.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자상하고 차분한 목소리와 함께 섬세한 손놀림으로 접어지는 종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힐링이 되는 기분. 루크가 처음 종이접기를 접하게 된 것도, 나에게 오롯한 자유시간이 허락된 것도, 모두 친절하고 사려 깊은 네모아저씨 덕분이다.
물론 처음부터 종이접기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오티즘 아이에게 특히 약한 부분이 소근육이다. 이에 가장 좋은 활동이 종이 접기라는 이야기에 호기롭게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 잠시 앉아있다가도 금세 종이를 팔랑팔랑 날리며 떠나 버렸다. 같이 해보자 해도 결국 혼자만의 소근육 운동시간이 되어버리기를 반복. 우리의 길이 아니구나 여겼다.(지나고 보니 아예 관심이 없던 아이를 앉혀 놓고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던 것.)
어느 날 또래 친구들이 네모아저씨 책을 보고 종이접기를 하는 모습을 한참 유심히 바라보던 루크. 친구의 책을 한번 쓱 보더니 사달란다. 그렇게 시작된 네모아저씨와의 인연은 어느새 5년이 넘어가고 있다.
처음엔 "엄마가 접어줘." 라며 내가 접는 모습을 옆에서 유심히 보고 있었다. 그렇게 접어 주기를 며칠이 지났을까. 스스로 책을 펼쳐 놓고 꼬물꼬물 손가락을 움직이며 색종이와의 씨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익숙하지 않고 서투르니 생각대로 안 되는 것은 당연지사.
“아. 잘 안되네. 왜 이렇게 안되지? “ 짜증과 징징거림을 반복한다. ”처음부터는 잘 못하는 게 당연한 거야. 계속하면 더 잘할 수 있어. “ 라며 곁에서 응원의 말을 건넸다. 내심 ‘하다가 안되면 멈추고 포기하겠지’라고 여기며. 하지만 루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몇 시간이고 앉아서 여러 장의 색종이들을 접었다 폈다를 반복. 마침내 짜잔 하며 내민 첫 종이접기는 너덜너덜하고 꼬깃꼬깃 했지만 엄마의 눈에는 가장 멋지고 빛나는 작품이었다.
여전히 아이는 종이를 접는다. 종이접기를 통해 과정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배우고, 스스로 해냈다는 작지만 귀한 성취감을 누린다. 실력을 쌓아가려면 충분한 시간과 꾸준함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손끝에 느껴지는 종이를 섬세하게 접으면서, 몰입과 집중의 즐거움을 오롯이 누리며. 이렇게 몸소 체감하고 쌓여가는 경험은 실제적인 배움이 되고 성장으로 이어진다. 더불어 무엇인가를 만들어가면서 닫혀있던 아이의 세상은 점점 더 커지고 넓어진다. 새로움으로 나아가는 꿈을 꾸게 한다.
작년에 학급활동에서 각자의 장기자랑을 촬영해 보여주는 시간을 가졌고 루크는 당당히 종이접기 영상을 찍어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다. 친구들이 놀라며 크게 박수를 쳤다면서 어찌나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하던지. 아직도 신이 나서 이야기를 들려주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엄마. 난 오 형아가 될 거야. 네모 아저씨 따라서. 유튜브도 찍고 종이접기 책도 쓸 거야.”
하고 싶은 것을 꿈꾸는 즐거움. 아이는 그 기쁨을 누리고 있다. 문을 열고 닫혀 있던 자신의 세상을 넘어, 나아가며 성장하는 너와 함께하는 이 순간이 더없이 좋다.
우리 루크하고 싶은 거 다 해
덕후의 길 엄마가 응원할게
언젠가 네모아저씨를 만나게 된다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네모아저씨. 고마워요. 루크의 세상을 열어줘서. “